신광옥 법무차관 민정수석때 진승현씨에 1억원 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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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朴榮琯)는 10일 신광옥(辛光玉)법무부 차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말 검찰 조사를 앞둔 진승현(陳承鉉)씨에게서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1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이같은 수사 결과를 金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辛전수석을 소환해 사법처리키로 했다.

서울지검 수사팀은 辛전수석의 이같은 혐의 내용을 김대웅(金大雄)서울지검장을 통해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陳씨에게서 "금융감독원이 한스종금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 검찰에 고발하기 직전 당시 辛수석을 만나 금감원과 검찰에 선처를 요청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골프 가방에 든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陳씨가 辛수석을 소개해 준 인물과 돈을 준 장소 등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으나 현 단계에서는 이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과 경찰 등의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로 금감원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陳씨가 辛전수석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지난해 8월 말은 금감원이 한스종금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陳씨 비리를 검찰에 통보할 움직임을 보여 검찰 수사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陳씨는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말에는 정성홍(丁聖弘) 당시 국정원 경제과장에게 금감원 검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표 5천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최근 확인돼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전방위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辛전수석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1년9개월간 근무한 뒤 지난 9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辛차관은 10일 밤 본사 기자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혐의 내용을 묻자 "陳씨와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주변에서 나를 놓고 별 소리를 다 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배.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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