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척추측만증은 첫돌 때부터 관리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헬스코치

한국체대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강의 때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늘 부탁하는 말이지만 아이가 첫돌 되기 전에 보행기를 태우기보다 충분히 기어 다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따라 내부 장기나 뼈도 같이 자라게 되지만 전체적인 몸의 구조와 동작을 완성시켜 주는 근육도 잘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척추를 받쳐주는 중심 근육들이 기는 동작에 의해 충분히 튼튼하게 만들어져야만 척추의 곡선도 정상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루어져서 허리가 튼튼해진다.

아이들이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블록 하나가 아래 블록 바로 위에 정확하게 잘 놓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 블록부터는 잘못 놓은 블록을 보상하기 위해 비스듬히 놓여져야 하고 결국은 전체적으로 비스듬하게 되면서 와르르 무너져 버리게 된다.

우리 몸의 척추 기둥도 마찬가지다. 잘못 형성된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할 때 인접한 구조의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잘못된 정렬을 보상하게 된다. 가슴부위의 척추는 그 아래 쌓아 올려진 허리 부위의 척추의 위치에 의존하기 때문에 허리 척추가 잘못되면 가슴 척추는 그에 따라 과도하게 굽어지거나 편평해 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뒤로 구부러지면서 오는 흉추후만증이나 옆으로 치우치거나 회전이 일어나면서 오는 척추측만증 등의 흉추 이상이다.

물론 그 가운데 척추측만증은 흉추나 요추, 혹은 두 부위 모두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척추의 선천적인 기형이나 다리 길이의 차이, 오랫동안 한 쪽으로만 운동하는 경우, 충격이나 자세불량 등의 원인에 의해 골반이 틀어지고 고관절의 각도가 변하면서 발생하는 등 흉추는 물론 요추나 하지 쪽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기에는 잘못된 자세관리, 가중되는 공부와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 체격을 무시한 책걸상 높이, 무거운 책가방과 신체활동 부족이 주된 원인이 된다.

척추측만증이란 용어는 이미 1800년 전에 만들어졌다. 측만증의 대부분은 유전성을 끼고 있는 특발성 측만증인데 발병 연령에 따라 영아형, 유년형, 청소년형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어떤 유형이든 생후 첫 해에서부터 10세 이전에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13세 이전에 사고로 넘어지거나 운동이나 장난을 치다가 척추에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척추 구조에 이상이 올 확률이 80% 이상이나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측만증이 발생하면 아이들은 자세가 틀어지면서 불균형 성장이 일어난다. 몸통과 골반이 비대칭이 되어 바르게 앉기가 어렵고 짝다리 자세나 따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 몸의 한 쪽으로 체중이 쏠리면서 두통으로부터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은 물론 턱관절 이상으로 안면비대칭이 생기기도 한다. 더욱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 하면서 신경질이 늘어나게 되니까 성적도 떨어진다. 심하면 중고등학생들인데도 디스크 초기라는 진단도 받게 된다. 문제는 척추의 변형이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알기가 힘들고 초기에는 자세 교정이나 운동 외에 별다른 처치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기 때 자세 이상의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은 6개월 또는 최소 1년마다 자세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만일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집에 있는 전신 거울에 30㎝ 간격으로 반창고를 길게 잘라서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붙이거나 매직으로 선을 그어 눈금거울을 만들어 보자. 아이를 그 앞에 세우고 정면과 측면, 후면 사진을 찍어서 목은 똑 바른지 양쪽 어깨 높이, 양 팔 끝, 골반 높이, 무릎 높이가 같은지 확인해 보자. 눈금거울은 아이의 자세확인 뿐만 아니라 나이 든 부모들 또한 몸의 좌우대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이기도 하다.

척추측만증에 운동은 필수적이다. 운동이 좋다는 것은 이미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인정되고 있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서도 스트레칭, 근력운동, 교정운동으로 구성된 운동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예방은 물론 척추측만각이 감소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음 주에 소개하겠지만 어떤 유형의 측만증이든 운동은 마음과 몸의 자신감을 갖게 하고 회복시기를 단축시켜 준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오재근 교수의 SPORTS & HEALTH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