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도 야경선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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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11일 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선언한다. 당내 인사로는 처음이다.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에도 경선레이스가 시작되는 신호탄의 의미가 있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이나 일부 부총재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내의 관측이다. 내년 대선구도는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우선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대선가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을 포함해 나름대로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朴부총재의 도전은 李총재로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朴부총재는 10일 선언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현재의 이회창 대세론은 영남권의 반(反)DJ정서에 힘입은 한나라당 대세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DJ)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로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李총재측은 "당내 경선문호는 항상 열려 있다"며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경선불복으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강조해 경선과정에서의 갈등이나 그 이후의 후유증을 경계했다. 이와 별도로 李총재는 당내 전의원을 상대로한 연쇄면담에 착수했다.

다음은 朴부총재와의 일문일답.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배경은.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여당에선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우리 당엔 변화가 없다. 한쪽(민주당)은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계속 가만히 있다. 이래서야 수권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나. 나는 그동안 줄기차게 정치개혁을 요구했는데, 내 목소리가 황야의 메아리로 끝나고 말 처지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무엇을 바꿔야 하나.

"정치권의 변화가 국가발전의 선결과제인데, 정치가 바뀌려면 정당구조가 바뀌고 1인 지배체제가 변해야 한다. 당권.대권이 분리되고 공천권 등 당 운영권도 투명해져야 한다."

-경선 시기와 방식에 대한 생각은.

"전당대회 전 정당개혁이 이뤄지고,의미있는 경선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당 국가혁신위 등에서 경선에 관한 합리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금 같은 경선은 1인 지배체제 경선이어서 국민의 뜻은 물론 심지어 당원의 의견도 수렴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1인 지배체제의 구조적 문제가 극복돼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바탕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정당개혁이 된 뒤에 전당대회가 이뤄져야 한다."

-이회창 총재와 경선참여 문제를 상의했나.

"하지 않았다. 당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개혁에 관한 내 주장은 시대의 요청이므로 동조자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신당 참여설은.

"시나리오다. 우리 당 후보로 나선 만큼 다른 당 후보로 대선에 나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경선결과엔 승복할 것인가.

"물론이다. 그러나 나만 승복할 문제가 아니고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문제다."

-경선참여와 함께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했는데 경우에 따라선 당권을 맡을 가능성도 있나.

"나는 대권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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