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캐스터 김수한 재치있는 진행으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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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중거리 슛!노 골! 마이클 조던 선수 오늘 계속 망신이군요. 간신히 인터셉트, 우측으로 치고 들어가다 페이드 어웨이 슛! 추락 직전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 조던입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MBC-ESPN의 홍일점 스포츠 캐스터 김수한(23.사진)씨.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중계를 꿰찬 것도 모자란듯 방송사 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몰고 다닌다.

늘 웃음기 가득한 얼굴과 툭툭 튀어 나오는 재치있는 말투가 그녀의 전매 특허. 연륜은 아직 느껴지지 않지만, 신세대 특유의 활달함이 경기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든다.

"스포츠 캐스터 하면 남성만을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지난 3월 입사한 이래 야구.볼링.골프.농구 등 각종 경기의 진행을 맡았다. 지금은 매일 밤 11시30분 '스포츠 센터'에서 NBA.메이저 리그(시즌 종료).NFL 등 주요 해외 경기를 안방 들여다 보듯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골프 대회가 열릴 때마다 현장 중계는 대부분 그녀의 몫이다.

"그뿐인 줄 아세요□ 치어 리딩, 통나무 오르기, 개 달리기 등 이색 경기도 진행해 봤어요. 캐스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종목들이죠."

그녀의 캐스터론은 끝이 없다.

앵무새처럼 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게 아니라 경기나 선수, 뒷이야기 등에 대한 철저한 취재는 캐스터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캐스터는 스포츠의 맛을 배가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그녀가 존경하는 송재익 캐스터는 어록까지 있다고 한다. "홍명보 없는 한국팀,막대기 없는 대걸레예요" "드디어, 후지산이 무너집니다" "10명으로 후반을 뛰는 우리 선수들, 십시일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등이다.

선배들 못지 않은 명캐스터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수한씨. 현장을 누벼야 하는 탓에 피로할 터이지만 "체질인 것 같아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그녀는 내년 월드컵 때에는 더욱 바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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