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대 지은 한약방 등 근대문화유산 지정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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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방과 한약방.여관 등이 '문화재 예비반'에 편입됐다. 비록 20세기 초반에 지어졌지만 한국의 근세기 건축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라서 문화재 사전 예고제에 따라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근세기 문화적인 건축물 등 가운데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옛 경기고교.이화여고 심슨 기념관 등 건축물 13건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구세군 본관과 한빛은행 소유의 광통관, 한국전력공사 옛 사옥 등 굵직한 건축물 등도 근대 문화유산에 올랐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충남 논산시 강경의 남일당 한약방과 금성 다방, 서울 청진동의 청일여관 등이다.

지은 지 오래돼 낡은 데다가 주위의 시선을 끌 만큼 웅장하지도 않은데 근대 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으나, 그 이유만큼은 충분하다.

한약방은 1920년대 강경 읍내의 시장거리에 지어져 '남일당 한약방'이란 상호로 운영하던 건물이다. 일제 점령기의 영향으로 한식 건축양식에 일식이 덧붙여진 혼합형식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예를 들어 전체적인 구조는 한식이지만 1층의 차양지붕과 지붕장식재 등 일본 양식이 접목됐고 단층 한옥 구조가 2층 구조로 변화하는, 근세기 한옥의 건축양식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장소다.

같은 강경읍의 금성다방도 특이하다. 강경을 소개하는 사진책자에 자주 오르는 건물로, 40년대에 일본 상인이 지었다. 출입구의 장식 등이 뛰어나 당초 유흥업소 내지는 사무실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제 강점기에 유행한 상점 건축양식으로 외관이 부드럽고 빼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 때 병원으로 쓰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다방이 들어서 있다.

서울 청진동 해장국 거리에 남아 있는 청일여관은 43년에 지어진 목조건물로 서울 도심에 남은 2층 상점건물의 한 전형이라는 점에서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상점 건물과 안채가 완전하게 보존돼 일제 말기 도시 상가주택형 복합건물의 자취를 보여주는 건물로 평가받는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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