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속뜻 읽기] 6. 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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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스톱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있는 놀이로 자리잡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왜 기본 점수가 하필 3점인가 하는 점이다.

단군신화를 보면 3과 관련한 내용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 먼저 삼위 태백(三危 太白), 천부인 3개, 환웅이 끌고 온 무리 3천명과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3인, 삼칠일(三七日) 등을 찾아볼 수 있다. 3의 기록이 다른 신화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3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숫자로 생각한 때문이다.

3은 1과 2가 합쳐져 만들어진 숫자다. 여기서 1은 양, 2는 음을 뜻한다. 즉 음양이 합해진 숫자이기 때문에 음양이 하나로 된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새로운 자손의 생산을 뜻하기도 한다. 1이 양을, 2가 음을 뜻하는 숫자라면 3은 음과 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완전한 존재다.

신화의 세계관이 천지인(天地人)의 3개 구조로 나타나는 것도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인이 하늘을 상징하고 환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로, 단군이 땅을 의미하는 인물로 나타나는 것이 한 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여자로 변하는 시간을 삼칠일(三七日)로 정한 것도 흥미롭다. 7일이 세 번 겹치면서 동물이 완벽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관념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삼신신앙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삼신할머니라고 부르는 이 신은 아기를 점지하고 낳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서의 삼신은 신 세 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삼신상에서 밥과 국이 항상 세 그릇 차려져 있는 것이 좋은 증거다. 또한 아기를 낳게 되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치고 삼신상을 차려준다. 이래야만 아기가 잔병없이 잘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3의 의미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완전함을 지향한다는 데 있다.

세상이 완전한 형태를 갖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제주도 시조신화에서 삼성신은 여자를 맞이하여 결혼한 뒤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시작하면서 세상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점은 환웅이 세 명의 신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3은 세시풍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녀왔다. 예를 들어 남해안에서는 배를 만드는 때가 3월이며, 배를 진수하고 선주가 3일 동안 배에서 잠을 잔다. 이렇게 해야만 사고 없이 풍어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초상이 났을 때 사자밥을 세 그릇 차리는 이유도 죽은 이를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세 명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재복과 수명, 자손생산 등을 담당하는 삼불제석(三佛帝釋)이 세 명인 것에도 3의 관념이 배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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