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와이드] 남해! 그곳이 생태섬으로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려수도가 한눈에 보이는 섬인 경남 남해의 상주면 상주리 금전마을. 수령 1백년의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으로 유명한 상주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백15가구 2백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매주 토요일 집집마다 한명씩 모두 1백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재활용품을 따로 모아 판매하고 쓰레기는 청소차에 실어 섬 밖으로 내보낸다. 올해 재활용품 19t을 팔아 44만7천원을 저금했다.

해마다 피서객 등 2백여만명이 찾아오지만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거의 없다. 마을에서 기르는 1백여 마리의 가축에게 먹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 앞엔 오.폐수를 수초연못과 모래.자갈층으로 정화시키는 생태하수처리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득렬(金得烈.55)이장은 "5년 전에 마을청소로 시작된 자연사랑이 환경보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바다 건너편 광양제철에서 내뿜는 폐수와 공해로 황폐화되던 남해가 '생태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금전마을 등 남해군 내 2백여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주민들의 자연사랑 덕이다. 군(郡)도 섬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기초시설들이 모여 있는 남해읍 남변리의 이른바 '에코 파크'는 남해가 생태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남해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오.폐수를 처리하는 곳이지만 악취가 전혀 나지 않고 공원처럼 느껴진다.

블록 사이에 잔디가 심어져 있어 잔디밭처럼 보이는 주차장이 시선을 끈다. 여름에는 후박나무와 참다래 그늘 아래서 더워진 차를 식힐 수도 있다. 이같은 '잔디 블록' 주차장이 남해군 내에 10여곳에 이른다.

에코 파크의 명물 가운데 하나는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시험가동 중인 이 시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네 단계를 거쳐 지렁이 똥으로 바뀐다.

음식물 쓰레기를 불순물 분리 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34개의 지렁이 사육통에 넣으면 지렁이가 쓰레기를 먹어 치우고 똥을 만든다. 이 지렁이 똥은 유기질 비료로 판매될 예정이다. 이 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은 8t으로, 완공되면 현재 남해군 내 음식물 쓰레기 하루 발생량 4t을 처리하고도 남는다.

바로 옆 생태하수처리장은 마치 수변(水邊)공원같다. 생활하수가 창포.부레옥잠 등 수초가 자라는 2백여m의 꾸불꾸불한 수로를 지나 두께 1m의 모래.자갈층을 통과하도록 돼 있다.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기계식 처리시설보다 정화능력이 우수하다. 생태하수처리장은 바닷가 마을 다섯곳에서 가동 중이며 연차적으로 바닷가 1백여개 모든 마을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남해섬 곳곳에는 생태섬으로 가꾸기 위한 30여개의 시범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품을 많이 골라낸 덕에 이 섬의 쓰레기 배출량은 크게 줄고 있다. 생활 쓰레기 배출량이 1998년 47t에서 올해는 30t 정도에 불과하다.1인당 하루 쓰레기양도 0.5㎏으로 전국 평균 0.98㎏의 절반 수준이다.

주민들은 해마다 8천여만원어치의 재활용품을 판매해 수익금의 절반은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고 나머지는 재활용품 수집 경진대회 시상금으로 활용한다.

섬이 깨끗해지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95년 1백64만명에서 지난해 3백만명을 넘겼고 올해는 3백70만명으로 예상된다.

남해=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