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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미 99세 상원의원의 생일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탄저균으로 우울한 가을을 보낸 미국 의회가 초겨울인 지난 5일 경사(慶事)를 즐겼다.

의회 역사상 최고령자인 스트롬 서몬드(상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의원이 99회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언론은 그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부른다.

"여러분 남성의원 모두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여성의원들을 훨씬 더 사랑해요."

상원 지도자인 민주당 원내총무 톰 대슐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축하 박수를 제안하자 서몬드 의원은 가벼운 농담으로 맞받았다. 의원들의 폭소가 터졌고, 서몬드 노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성의원님들, 참 예쁘게 생겼군요."

미국은 21세기 첫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서몬드 의원은 50여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때 낙하산병으로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했다. 전쟁이 끝나고 1947~51년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냈다. 후보자 명부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유권자들이 그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어넣는 바람에 54년 그는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6년짜리 임기를 여덟번째 이어가고 있다.

만년 상원의원인 그도 96년 "이제는 그만하라"는 지역여론에 부닥쳤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호소했고, 53%의 득표율로 거뜬히 당선했다.

생일 하루 전 그는 "상원에서 하는 활동을 만끽하고 있으며 내년의 성과를 고대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내년 12월 만 1백세가 되며 임기가 끝나는 2003년 1월 은퇴할 계획이다.

그는 의학연구감이 될 만한 건강으로 거세고 정력적인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나중엔 흑백화합을 받아들였지만 한때 인종분리를 고집하며 24시간 동안 연설한 적도 있다.

그런 그도 2년 전부터 부쩍 쇠약해졌다.급기야 지난 10월 2일 본회의장 좌석에서 쓰러졌다.

거친 숨소리가 회의장에 울렸다. 그는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하지만 투표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매일 상원에 출근한다.입원한 이래 투표에 빠진 적이 한번도 없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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