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이회창 총재에 왜 화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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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민련 김종필(JP)총재는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겨냥해 아픈 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그는 "국가경영을 할 자격이 없다"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썼다. 그동안 金총재는 한나라당을 공격할 때도 李총재에 대해선 간접적이거나 완곡한 어법을 써왔다.

그의 이같은 자세변화에는 한나라당이 충청권 출신 지방의원들을 대거 영입하고 대규모 지역행사를 치르는 등 자신에 대한 李총재의 압박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교원정년 연장법안을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상의없이 유보한 것도 한 요인이 된 것 같다.

한때 'JP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렸던 김용환 의원과 공동정권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던 강창희 의원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넘어 미움으로까지 발전한 것 같다. 그가 '당적을 아홉번, 네번씩 바꾼 사람'이라고 한 것은 金.姜의원을 각각 지적한 말이었다.

옆에서 측근이 만류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들의 그동안의 행적까지 거론할 뻔했다. 金총재는 말을 삼키더니 "옛 중국말에 거자불추(去者不追)왕자불거(往者不拒)란 얘기도 있다"고 마무리했다.

"그 사람들도 그렇게 한 데 대해 자신들도 좋지않게 생각할 것"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배석했던 한 당직자는 회견이 끝난 뒤 "金총재가 최근 사석에서 1980년대 이래 김용환.강창희 의원이 그동안 바꾼 당적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분노를 표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JP는 지난 10월 중순 때만 해도 "李총재가 내게 한번 만나자고 했어"라며 李총재와의 관계 재정립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JP가 이제 愼총장 탄핵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李총재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DJP 공조붕괴(9월 3일) 후 있은 이회창-JP 회동(9월 18일)에서 두 사람이 합의했던 이른바 '한.자 정책공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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