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수능] '응시자 감소' 자연계 유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5일 2학기 수시모집 최종합격자 발표가 난 건국대의 사회적 배려자 전형에서 인문계 변환표준점수 3백1점을 받은 학생은 합격한 반면 3백25점을 받은 자연계 학생은 불합격했다.

벽지.오지 근무 공무원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배려자 전형의 수능등급 기준은 3등급이었으나 점수가 인문계 보다 20점 이상 높은 자연계 학생은 4등급에 불과해 탈락하는 일이 벌어진 것.

올해 대입에서 자연계 응시인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같은 현상은 정시모집에서도 고득점 인문계 수험생 가운데 자연계로 교차지원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자연계 수험생의 '불이익 공포'가 이어질 전망이다.

상명대 문권배(文權培)교무처장은 "자연계 불이익 현상이 이어진다면 이과 기피,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 약화 등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연계 피해원인=올해 자연계 응시인원은 지난해보다 6만여명 줄어든 19만여명이었다. 줄어든 인원의 상당수가 수학Ⅱ 등이 출제범위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시험이 쉬운 인문계열로 수능을 치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 80여개대가 인문계.자연계 교차지원을 허용하면서 굳이 어려운 자연계열 수능을 치지 않고서도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진학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빚어졌다.

----------------------------------------------------------

▶Joins 2002 대입 특집 '내 점수로 어느대학에'

(http://www.joins.com/series/2002univ/)

----------------------------------------------------------

수능 등급은 전체 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한 인원 비례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연계열 학생들은 상위 등급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4등급 하한선은 자연계가 3백2점. 56인 반면 인문계는 2백76.48점으로 나타나는 등 점수차가 26점이나 났다.

◇ 자연계 피해양상=서울대의 수능자격기준(2등급, 미대는 3등급) 미달로 불합격한 1백44명 가운데 인문계와 예체능계 응시자는 각각 23명과 3명에 불과한 반면 자연계는 1백18명으로 전체 탈락자의 81.9%를 차지했다. 성균관대도 탈락자 2백75명 중 자연계 학생수가 2백25명으로 81.8%나 됐고, 한국외대도 인문계의 경우 조건부 합격자 대비 탈락률이 46.9%인 반면 자연계는 86.7%였다.

또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정시모집 대학에서도 수능 등급 때문에 낮은 점수의 인문계 수험생은 원서를 낼 수 있는 반면, 점수는 인문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등급이 낮은 자연계 수험생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한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이사는 "대학들이 교차지원을 철폐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고교 문과.이과 구분이 계속되는 2004학년도 입시까지 자연계 불이익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