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겨울 경로당… 난방지원비 3년째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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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내 S경로당.

1999년 1억여원을 들여 지은 2층 건물의 1층에 있는 '할아버지방'에 이 마을 노인 10여명이 두툼한 점퍼 차림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옆 '할머니방'은 난방이 되지 않아 지난 가을부터 문이 닫혀 있었고,2층 노인건강증진센터는 장비 부족으로 3년째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경로당에서 만난 高모(71)할아버지는 "한달에 중유 2드럼(1드럼 12만~13만원)이 필요한데 난방비 지원액은 월 5만원에 불과하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에 대한 난방비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해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민선지방자치제도가 도입(95년)된 이후 지자체들이 복지시설을 확충하겠다며 경쟁적으로 경로당을 지었으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선심성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경로당 수는 95년 2만4천4백72곳에서 지난해 말 현재 4만6백91곳으로 60% 증가했다. 재정자립도(27%)가 전국 최하위권인 전남도의 경우 민선 이후 경로당 수가 57%(1천5백20곳) 늘어난 4천1백44곳이다.

서울.경남.전북.충남도 등 대부분의 지자체도 이 기간 중 20~50% 증가했다. 20~30평 규모의 경로당을 짓는 데는 3천만~5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난 5년간 전국 지자체들은 6천여억원의 예산을 경로당 짓는 데 쏟아부은 셈이다. 문제는 경로당에 대한 동절기(11~3월)난방비 지원액이 97년 이후 월 5만원씩 연간 25만원(국고.지방비 각 50%)으로 동결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1만1천8백41곳(34%)에는 예산부족으로 한푼도 지원되지 않는다. 운영비(전기.수도료 등) 역시 월 4만4천원으로 묶여 있다.

경로당을 주로 찾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3%나 되지만 이들의 쉼터에 대한 지원이 허술한 셈이다.

광주시 남구 서2동의 朴모(73)할머니는 "이불을 덮고 있어야 할 정도여서 경로당을 동로당(凍老堂)으로 부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로당 운영.관리는 지자체의 몫"이라며 "난방비는 노인들의 연간 이용 횟수 등을 따져 결정했고 현재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양영유.장대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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