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한 남편’ 둔 죄 … 그리스 장관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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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전락한 그리스에서 ‘탈세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장관이 탈세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명 연예인인 장관의 남편이 17년 동안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9일 앙겔라 게레쿠(51·사진) 그리스 관광장관이 전날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한 일간지에 그의 남편 토리스 보스코풀로스(70)가 550만 유로(약 78억원)의 세금을 체납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된 지 수일 만의 일이다. 보스코풀로스는 그리스의 유명 가수로 나이트클럽 공연 등을 통해 큰돈을 벌어왔다.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550만 유로 중 320만 유로는 밀린 소득세고, 230만 유로는 추징금이다. 그는 지난해 “돈을 낼 방법이 없다”며 세무 당국에 감면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세무 당국은 보도 뒤 그의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재산 추적에 착수했다.

게레쿠 장관은 “남편의 세금 체납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언론들은 각료들의 재산신고 때 가족의 납세자료도 내게 돼 있어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게레쿠 장관은 최근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에 반발하자 “지금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 바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세금 회피가 자랑거리인 잘못된 문화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그리스에서는 최근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의사 60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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