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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산타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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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 중 '34번가의 기적'이란 영화가 있다. 1947년 모린 오하라와 존 페인이 주연한 이 영화는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던 꼬마가 백화점에 고용된 '진짜' 산타클로스를 통해 동심을 되찾게 되는 과정을 훈훈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TV의 성탄특집 등을 통해 여러번 봤지만 볼 때마다 감동이 새롭다.

그러나 이처럼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선사하는 산타클로스도 미국 자본주의가 마케팅 전략으로 만들어낸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약간은 실망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 즉 크리스마스 이브날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할아버지는 1931년 코카콜라사가 만들었다.

겨울철 판매부진에 고민하던 코카콜라사가 헤든 선드블롬이란 화가에게 의뢰, 이 회사의 로고색인 붉은색과 흰색을 사용해 이같은 모습을 그려내 대히트를 했다. 이전의 산타는 푸른 망또를 입거나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등 여러가지 모습으로 존재했었다.

미국엔 19세기 초까지 산타클로스가 없었다. 중세부터 네덜란드인들은 4세기께 터키의 성자였던 '신터 클라스', 즉 성 니콜라우스를 기려왔는데 이들이 미국에 이주하면서 산타클로스도 전해졌다. 니콜라우스는 12월 5일 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이 때문에 아직도 네덜란드나 독일 어린이들은 오늘 아침 양말 속에 든 니콜라우스의 선물을 확인하고 기뻐한다. 이를 미국 청교도들이 12월 24일로 바꾼 것이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누구나 한번쯤 산타클로스 문제로 고민을 한다. 산타가 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혹 상처받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때가 돼 애들이 씩 한번 웃으면 이 고민은 해결된다.

"사랑하는 버지니아,네 친구들이 틀린 것 같다. 그래, 산타클로스는 있단다. 네가 부모님의 사랑을 보고 만질 수 없지만 분명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산타가 없다면 우리 주위가 얼마나 슬퍼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단다…."

1897년 12월 20일 뉴욕의 일간신문 선의 편집국장 프랭크 처치는 여덟살짜리 꼬마 버지니아에게 이같은 답장을 썼다. 친구들이 산타가 없다고 우기자 진실을 알고 싶었던 버지니아가 신문사에 편지를 냈던 것이다.

얼마 전 여섯살짜리 어린이에게 "산타는 없다"고 가르친 호주의 한 교사가 해임됐다고 한다. 동심을 죽이는 자질 없는 교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는 생각이다.

유재식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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