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100점짜리 대학생활]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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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참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남 앞에 선다는 그 자체가 고통이었고 의견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것 또한 지독한 공포였다.

대학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하던 낭만이나, 즐거움은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성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관악부(wind orchestra)를 동아리로 선택했고 클라리넷(Clarinet)이란 악기를 만지게 됐다. 실제로 듣는 수동적인 즐거움에서 직접하는 능동적인 즐거움의 차이는 참으로 컸다.

주위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웬 딴따라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정형화하기 쉬운 이과 생활속에서 악기를 다루는 동아리 생활을 하는 나는 사실 학과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관악부에서 배운 것은 정서의 안정과 음악상식 등 음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군대생활까지 포함해 대학생활 5년 내내 이어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접했고, 항상 남의 앞에 서야 하는 공연을 치르다보니 내성적인 성격도 많이 고쳐진 것이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란 음악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믿음과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해야 했던 것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으나 싫으나 조직 생활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해야 하지만 동아리 활동에서 익힌 많은 경험은 분명 현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좋은 밑거름이었다.

벌써 대학을 졸업한지 6년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씩 학교를 찾아 동아리 후배들과 합주를 하며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고 현재 생활의 힘을 얻는다.

힘든 사회생활 중에서 '관악부'라는 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작은 행복이다. 전공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미 생활을 통한 진정한 대학의 낭만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성은<성균관대 금속공학과 96년 졸업.삼성전자 반도체 fab 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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