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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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승리를 내다본듯 무심한 후퇴

제8보 (143~153)=백△로 패를 때렸을 때의 상황은 아주 미묘하다. 우선 흑이 당장 151에 잇는 것은 백도 144 이어버린다. 흑은 두 점을 잡을 수 있겠지만 보태준 것도 적지 않은 데다 후수여서 바둑을 지게 된다.

그래서 李3단은 143으로 먼저 들어갔다. 이때 李9단이 144로 이어버리는 바람에 모두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李9단은 그러나 승리를 내다본듯 무심히 후퇴해버렸다.

'참고도' 백1로 받아주면 어찌될까. 흑은 물론 2 때리고 4로 끊는다. 흑A가 B의 건너붙임을 보는 선수여서 백의 수는 늘지 않는다. 따라서 패가 되는데 흑은 C쪽에 팻감이 있고 백은 D로 포위하는 수들이 다 팻감이 된다.

그래서 패는 흑이 힘들 것이라고 봤는데 李9단은 더이상의 분규가 싫다는 듯 144로 물러섰다."계산서가 나왔나봐요"라고 누군가 말한다.

서능욱9단 등 TV 해설진은 훗날까지 "여기서 흑이 '가'정도로 지켜두면 오히려 재미있는 것 같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李3단의 비관이 너무 지나쳤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153이란 최후의 패착이 등장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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