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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학교평가 알아보니 … 전체 2600개 학교 심사해 학부모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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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지난 6일 오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시에 위치한 뉴질랜드 교육평가청(ERO:Education Review Office) 회의실. 한국교육개발원과 뉴질랜드 ERO의 협력 1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뉴질랜드 ERO의 평가·정책 매니저인 스테파니 그리니가 발표를 마치자 한국 16개 시·도 교육청 학교 평가 업무 담당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로 학교별 학력 수준을 체크해 평가에 반영합니까?”

“국정교과서가 없으면 학교별 교육 내용이 다를 텐데 어떻게 학교 간 학력을 비교할 수 있습니까?”

“각 학교의 평가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합니까? 학부모들의 반응은?”

평가와 정보 공개로 시끄러운 국내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긴 질문들이었다. 그리니 평가·정책 매니저는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경영 성과는 철저히 평가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학교가 실패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핵심 원칙”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ERO는 2600여 곳의 초·중등 학교와 3600여 곳의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를 전담하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다. 모든 학교는 3년에 한 번씩 ERO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 영역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진학률·결석률 ▶교사 교습법 ▶교장 리더십 ▶학교운영위원회의 경영 능력 ▶학부모·지역사회의 참여 ▶학생 안전과 학교 문화 등 6가지다.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Board of Trustees)의 운영 성과에 대해 ERO가 영역별로 평가하고 ‘위험’ 수준으로 평가되는 학교엔 교육부가 직접 개입한다. 성과가 나쁜 학교는 학교장을 해임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를 해체시키기도 한다. 매년 5~10%의 학교가 이런 진단을 받는다. 결과는 ERO 홈페이지와 각 학교에 배치된 평가보고서를 통해 학부모에게 공개된다. 이 평가 결과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 주된 참고자료가 된다.

르넨 켄트 ERO 원장 수석비서관은 “학교 평가는 학부모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랜들 ERO 학교 평가 총책임 매니저는 “학생의 학습과 성취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내 자녀의 교육은 내가 책임진다’는 학부모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홍순승 충남도교육청 장학관은 “학교 경영의 자율과 책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부러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광호 학교평가팀장은 “학교들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컨설팅을 할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웰링턴=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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