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영화] KBS1 '데블스 애드버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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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데블스 애드버킷 (KBS1 밤 12시35분)=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파우스트』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사관과 신사'의 테일러 핵포드가 감독을 맡았다. 여기서 '애드버킷'은 변호사라는 뜻으로 주연인 키아누 리브스의 극중 직업. 제목만으로도 그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 악마가 시키는 대로 변론을 한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악마 역의 알 파치노의 극중 이름이 『실락원』의 저자 존 밀턴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한번도 재판에서 져본 적이 없는 변호사 케빈은 큰 법률회사인 밀턴사의 스카우트 요청을 받아들여 뉴욕으로 이사간다.

회장인 존 밀턴(알 파치노)은 야망에 불타는 케빈에게 미래를 보장할 것을 암시하면서 유죄가 확실한 피고를 변호하는 사건을 계속 맡긴다. 아내 메리 앤(샤를리즈 테론)은 남편 없는 결혼생활에 허전함을 느끼다 못해 환각에 시달리게 되는데….

바흐의 음악과 파치노의 카리스마가 연출하는 광기어린 분위기가 장황하지만 그럴 듯하다. 좀 긴 것이 흠이다.

1997년작. 원제 The Devil's Advocate.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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