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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채널 배치 멋대로에 시청자 불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요즘 케이블TV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

KBS1.2와 MBC TV채널인 7.9.11번에서 홈쇼핑 방송 등이 나오고, 지상파 채널들 사이에 홈쇼핑 채널들이 집중 배치되면서 전파간섭의 영향으로 화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즐겨 보던 채널이 20번대 이상 채널로 올라가면서 채널 묶음에 따라 시청료가 달라지는 케이블TV의 속성상 시청료를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케이블TV 지역방송국(SO)의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뚜렷한 원칙 없이 채널이 변경돼 시청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서울 S케이블TV의 경우 기존의 지상파 채널에 홈쇼핑 채널들을 집어넣고 기존 지상파 채널들을 8.10.12번으로 옮겨 방송 중이다.

부산 B케이블TV는 7.9.11번 채널에 홈쇼핑.자체 재방송 채널 등을 배치하고 지상파 채널들을 한 채널씩 이동해 방송하고 있다.

대구 K케이블TV도 지상파 채널인 KBS.MBC 채널들 사이에 홈쇼핑 채널들을 넣어 운영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가 지난 9월 말 한길 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유선방송 채널번호 설문 여론조사'결과엔 시청자들의 불만이 담겨 있다. 이 조사는 전국 10개 도시의 1천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들은 SO 임의로 채널번호를 바꾸는 것에 대해 81%가, 또 지상파 채널에 홈쇼핑 채널이 방송되는 것에 대해선 58%가 각각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정의영 케이블TV방송협회 SO사무처장은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채널사용자(PP)들이 올 하반기에 크게 늘었지만 채널 용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전체 채널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방송인 케이블TV의 특성상 채널 편성권을 가진 지역방송국이 수익성 높은 홈쇼핑 채널 등을 시청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래 대역(13번 이하 채널)'에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계에선 시청자의 권익과 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방송국의 임의적 채널 변경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이를 규제할 규정이 없고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가 시청자 불편을 없애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언론학)는 "시청자 편의를 위해 KBS.MBC의 지상파 채널번호는 전국에서 동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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