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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논란 정치권에 불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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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3월 본방송에 들어가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30일 오전에는 대구.광주.울산 등 지방MBC 사장단 6명이 민주당 한광옥(韓光玉)대표를 방문했다. 사장단은 韓대표에게 "위성방송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시켜 지역방송의 고사(枯死)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찾아온 지역민방 사장단으로부터도 같은 하소연을 들었던 韓대표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위성방송과 지역방송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 왜 반발하나=지난해 3월 시행에 들어간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인 KBS와 EBS의 TV 프로그램을 위성방송에서 의무적으로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MBC와 SBS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이 없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측은 "아무런 금지조항이 없는 만큼 MBC.SBS의 프로그램도 방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19개 MBC계열사와 7개 지역민방 노조의 연합체인 지역방송협의회는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 방송은 허가받은 방송권역 밖으로 재송신이 금지돼 있는 만큼 위성방송도 이에 따라야 한다"며 맞섰다.

자체 편성률이 10~20%에 불과한 지역방송으로선 위성을 통해 '중앙방송'이 무제한으로 방송될 경우 시청률과 광고수익 면에서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하다.

고심하던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지난달 19일 "위성방송이 서울MBC와 SBS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것은 2년 동안 방송권역에 한정한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즉,서울MBC.SBS의 프로그램을 2년간은 수도권에서만 방송하되, 그 이후엔 전국적으로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지역방송측은 "눈가리고 아웅"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 정치권도 제각각=지난달 16일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등 24명의 지방출신 의원들은 위성방송의 'KBS.EBS 의무재송신'규정을 삭제하고 지상파 재송신은 방송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지역방송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충청권을 의식한 자민련이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지난달 28일 지방 MBC사장단을 만나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해온 지역방송이 고사해선 안된다"며 개정안 통과를 다짐했다.

한나라당도 지난달 21일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高興吉)의원 등이 지역방송협의회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고 공청회 개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 정부의 주요 업적인 새 방송법에 또다시 손대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문제는 방송위원의 정당추천 문제 등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역방송측은 민주당을 주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창규(崔昌圭)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은 "민주당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 때 낙선운동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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