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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검찰·경찰 '수지 金 사건' 놓고 네탓 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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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지金 피살사건 진상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경찰 등 3대 수사.정보기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경찰의 수지金 피살사건 내사 중단을 놓고 당시 국정원과 경찰 간부들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 검찰과 국정원은 1987년 당시 수지金 남편 尹모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놓고 불편한 관계였으나 30일 국정원이 기록을 넘김에 따라 일단락됐다.

경찰은 또 검찰과 국정원이 '힘없는 경찰'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불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수사기관들이 상대 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등 제 역할을 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국정원과 경찰, 서로 '네 탓'=지난해 2월 경찰의 내사 중단 이유를 놓고 국정원과 경찰의 갈등은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김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은 검찰에서 "지난해 2월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을 찾아가 '수지金 사건은 살인사건'이라고 알렸으며 내사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내사 중단은 경찰 자체 판단으로 그 책임도 경찰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李전청장은 지난달 29일 "지난해 국정원이 수지金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아가 "검찰이 수지金 전 남편인 尹씨를 기소한 직후 金전국장이 '이미 사망한 엄익준 국정원 2차장이 전화를 걸어 처리한 것으로 하자'는 제의를 했다"고 받아쳤다.

◇ 87년 수사기록 놓고 신경전=검찰 관계자들은 30일 국정원이 87년 수사기록을 넘겨주기 전까지 "당초 이 사건 진상규명을 다짐했던 국정원이 수사에 필요한 기록을 넘겨주지 않는 것은 사실상 검찰수사 방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초기부터 국정원에 수사기록을 넘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지금까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 검찰.경찰 갈등=경찰은 검찰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진술만으로 李전청장 소환조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검찰은 당초 李전청장 소환조사 방침을 밝혔다가 서면조사를 먼저 하기로 후퇴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李전청장이 보낸 경위서로 서면조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 봐주기 관행 사라져야=백형구(白亨球)변호사는 "경찰이 수지金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봤다면 끝까지 수사했어야 하며 국정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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