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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프간 주도권 탈환에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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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군의 아프가니스탄 재주둔이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주도권 탈환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지 12년 만에 인도적 지원과 대사관 복구 등을 구실로 비상대책부 요원 2백여명을 전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파병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군은 군사작전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용"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노골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러시아의 속셈=러시아는 카불과 바그람에 주둔한 비상대책부 요원들은 정규군이 아니라 재난과 인명구조에 투입되는 요원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군사전문가들은 비상대책부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국방부에서 분리된 정예부대라는 점을 들어 이번 파병이 정규군 추가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맥파월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은 각 정파들이 모두 참여하는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북부동맹을 아프가니스탄의 새 정부로 승인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후 처리 방식에 러시아가 협조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구성 논의에서 자국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기 위해 북부동맹의 영향력을 키워주려는 계산된 파병이라는 것이 미 관리들의 시각이다.

◇ 미국과의 갈등=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29일 파월 장관이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 사이의 신뢰를 해칠 만한 외교적 또는 군사적 행동을 삼갈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파월 장관은 "러시아가 북부동맹의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대통령을 아프가니스탄 새 정부의 공식 지도자로 인정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라바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분쟁을 해결할 중요 인물"이라며 라바니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파월 장관과 이바노프 장관이 서둘러 "양국간 이견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 군사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처리를 둘러싼 미.러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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