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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자금사정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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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돈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와 매물 공포가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증시가 연일 크게 출렁대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돈(고객예탁금)이 1년4개월 만에 10조원을 웃돌아 추가상승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선물값이 현물값보다 비싸 기관투자가들이 지수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사들인 액수(매수차익거래잔고)가 8천억원을 넘나들고, 위탁자 미수금 잔고도 연중 최고치에 육박해 매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7조6천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주가상승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전날보다 1천2백2억원 늘어난 10조5백10억원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은 11월에만 1조8천4백32억원이 증가했고 9.11 테러사태 이후로는 모두 2조4천6백68억원이 늘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고객예탁금이 1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돈이 그만큼 넉넉해지고 대기매수세가 두터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많이 올랐던 1998년보다 신규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인 12조원대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핵심 우량주들을 사들여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에 이어 최근에는 개인들이 풍부한 고객예탁금을 배경으로 금융주와 건설주들을 많이 사들여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매물 공포에 따른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두달 동안 외국인들의 지수선물에 대한 지속적인 순매수로 선물지수는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은 위험없는 차익을 노려 비싼 지수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8천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 현물주식은 옵션만기일(12월 13일)이나 선물가격이 종합주가지수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9일 반등하던 종합주가지수가 장 막판에 급락한 것도 외국인들이 갑자기 지수선물을 파는 바람에 기관들이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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