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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출판·실용서] '펠레-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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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펠레는 근시였다. 이 눈 나쁜 축구선수가 어떻게 통산 1천3백골 가까운 득점을 올릴 수 있었을까.

"근시 때문에 지장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겐 말초적 감각, 즉 감각적인 시력이 발달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적인 볼 감각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땀으로 목욕할 정도로 공을 찼던 것이다.

『펠레-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원제 'Pel')은 열다섯의 나이로 프로축구팀에 스카우트된 뒤 조국에 세 차례 월드컵 우승컵을 안겨주면서 축구황제로 등극했던 에드손 아란테스 두 나시멘투, 즉 펠레가 직접 들려주는 젊은 날의 초상이다.

양말로 만든 공을 맨발로 차야 했던 가난한 싸움꾼 소년이 강조하는 것은 가족과 축구에 대한 사랑.특히 부상당한 프로축구선수였던 아버지의 격려와 조언은 펠레를 거리의 부랑아에서 천재 축구소년으로 만들었다.

"움직이면 걷어차라. 움직이지 않으면 걷어차서 움직이게 만들어라. 너무 커서 찰 수 없으면 작은 것으로 맞바꾼 다음 걷어차라"는 격언이 있는 브라질에서 축구는 펠레에게 삶과 예술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선생님이었다.

"축구가 가진 아름다움은 선수들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플레이 속에 있다. 그것은 선수 각자가 팀과 조화를 이루며 최선을 다해 멋진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그의 축구론은 브라질 축구를 수식하는 말이기도 하다.

펠레가 꼽는 잊을 수 없는 경기 중 하나가 1962년 월드컵 8강에서 맞붙은 체코와의 경기. 당시 경기 중 부상당했던 펠레는 이렇게 회고했다.

"스타 선수가 부상당해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선수나 팀은 거의 없다. 그때 나는 어린이팀과도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체코의 수비수들은 경기에 빠지지 않으려는 간절한 내 마음을 알았고 내가 다치지않도록 일부러 거친 공격을 피했다. 그들은 참된 스포츠맨이었다."

'자서전의 묘미는 진솔함'이라는 원칙을 펠레는 깨뜨리지 않는다. 공을 사기 위해 땅콩을 훔쳤던 일, 여자친구로부터 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부상에 대한 공포 등이 솔직하게 표현돼 있다. 7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펠레가 미국 프로팀으로 옮긴 직후까지를 다루고 있어 최근 소식이 궁금한 독자에게는 아쉬움을 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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