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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람객 100만명 돌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는 청와대(靑瓦臺)가 있다.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이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아직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건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입견과 달리 일반인도 특별한 절차 없이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다. 청와대가 '열린 청와대'를 표방하며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기 4년째, 지난 24일엔 관람객이 1백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속으로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투어는 지금부터 약 1시간이 걸립니다. 지난주부터 공개한 '칠궁(七宮)'도 함께 보게 되다니 운이 좋네요.

청와대 터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후원이었습니다. 당시엔 과거시험장이나 연회장으로 활용됐지요. 일제시대 때 경복궁에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면서 이곳엔 총독부 관사가 자리잡았습니다.

입구 검색대를 지날 때 약간 떨리셨다고요. 경호 안전을 위한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참고로 여러분은 건물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곳은 대통령이 실제 업무를 보는 공간인 데다 안전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춘추관(春秋館)'입니다. 기자회견장과 출입기자실이 있습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자,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보지요. 이곳이 청와대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정원인 '녹지원(綠地園)'입니다.1백20여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들어서 있죠. 매년 어린이날 야외행사가 열리는 곳이 바로 여깁니다. 요즘은 추워진 날씨 탓에 조금은 삭막해 보이네요.

저 위쪽에 보이는 한옥 건물은 '상춘재(常春齋)'로 외빈을 비공식적으로 접견하는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지금은 곳곳에 한옥식으로 지은 건물이 보이지만 1983년까지만 해도 이곳엔 한옥식 건물이 단 한 채도 없었습니다.

여러분, 이왕 청와대에 들어왔으니 주인장 얼굴 한번 보고 싶지 않습니까. 녹지원 길을 걸어갈 땐 긴장하세요. 운이 좋으면 차를 타고 외부로 나가는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있답니다.

이 오솔길을 따라가면 여러분이 가장 보고싶어하던 건물이 나타납니다. 바로 청와대 본관이지요. 청와대는 본래 경무대 자리에 있다가 91년 9월 이 자리로 이사왔습니다.

본관은 전통 건축양식 중 가장 격조높고 아름답다는 팔작(八作)지붕에 청기와를 얹었습니다. 기와만 15만여장이 들었다는군요.1층은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과 접견실.연회장.식당이,2층엔 대통령의 집무실과 접견실.회의실이 있습니다.

청와대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말해볼까요? 청와대라는 이름은 윤보선 대통령이 지었는데요, 한때 '황와대'로 개명될 뻔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일부에서 황제를 나타내는 색깔인 '황(黃)'자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였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넓은 잔디마당은 국빈환영 행사와 전통 의장대의 사열 등이 열리는 곳입니다. 이곳은 청와대 내에서 일반인의 사진촬영이 유일하게 허용된 곳입니다. 자, 다들 청와대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 보세요. 찰칵-.

대규모 회의와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행사를 하는 영빈관까지 둘러봤습니다. 공식적인 청와대 관람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참, 칠궁(七宮)을 아직 안봤네요. 칠궁은 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사건으로 인해 관람이 금지됐다가 33년만에 공개됐습니다. 칠궁은 조선시대 후궁 출생인 왕이 생모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경종의 어머니인 장희빈의 위패도 이곳에 모셔져 있습니다. 여러분 청와대에 온 기분이 어떠셨나요. 청와대는 가을에 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내년 가을에 다시 한번 오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문은 열려있으니까요.

#청와대를 나와서

청와대 인근에는 경복궁길.삼청동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미술관.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최근 경복궁 주변길이 '걷고싶은 거리'로 조성돼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 궁의 벽돌담과 몇개 남은 잎새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

청와대 정문의 분수대 앞에 마련된 '효자동 사랑방'도 들를 만한 곳. 사랑방에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다양한 토산품들이 전시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칼.베트남식 병풍.아프리카 산돼지 이빨 등 특이한 물품들이 많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사랑방 앞에는 시티투어버스 정류장이 있어 서울시내 투어도 해봄직하다.

청와대 앞길은 서울시로부터 '걷고 싶은 거리'중의 한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시간 걸어다니느라 지쳤다면 출출한 속을 별미로 달래보자. 인근엔 직접 손으로 빚은 손만두집(379-2648)이나 삼청동 수제비의 원조격인 삼청수제비(735-2965), 홍합밥으로 유명한 청수정(738-8288) 등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도 다양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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