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경찰 '수지 김' 책임 떠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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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경찰의 수지 金 피살사건 내사 중단 경위를 둘러싸고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검찰은 金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 등 국정원 전.현직 직원 4명과 당시 경찰청 외사관리관이던 金병준 치안감 등 경찰 관계자 5명을 소환 조사했지만 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수지 金 사건 내사 중단이 국정원과 경찰의 긴밀한 협조하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은폐한 관련자를 가려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엇갈리는 주장=지난 28일 검찰에 소환된 金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은 "지난해 2월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을 찾아가 수지金 사건의 진상(간첩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을 설명했지만 내사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국정원 관련자들은 "수사기록을 가져다 복사하고 원본을 돌려준 만큼 이 사건이 정식으로 국정원에 이첩되지도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공문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정원이 압력을 넣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알아서 내사를 중단했으며 이는 경찰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측은 대공수사에 우선권을 갖고 있는 국정원의 요구에 따라 수사기록을 넘기고 내사를 종결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金치안감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법률과 규정 검토를 거쳐 수지 金 사건을 국정원에 이첩하기로 결정했으며 상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李전 청장도 "수지 金 사건의 진상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누구 책임인가=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검찰은 "윗선에서 이야기가 됐으니 경찰에서 수사기록을 갖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金언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金전국장이 지난해 2월 15일 李전청장을 경찰청장실로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金전국장과 李전청장이 내사 중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 관계자들이 공식적인 사건 이첩이나 수사 중단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의 개입없이 경찰이 알아서 내사를 중단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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