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살과의 전쟁'… 짝꿍으로 인기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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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저는 지난 겨울방학 때 2년간 했던 수영을 끊고 컴퓨터만 많이 하다가 점점 살이 쪘어요.지난해엔 키 1백45㎝에 몸무게는 40㎏도 안나갔어요.1년 사이에 키는 3㎝밖에 안컸는데 몸무게가 10㎏이나 늘었어요.”

김재현(서울 목동초등 4년)어린이는 이번 겨울이 두렵대요.추운 겨울에는 두터운 옷 속에 몸을 숨기고 다니기 때문에 움직이기도 싫어지고 살이 더 잘 찐다는 어른들 말씀 때문이예요.

"우리 반에는 몸무게가 60㎏대도 있고 80㎏쯤 나가는 친구도 있어요. 제가 그 다음으로 뚱뚱해요. 저보다 뚱뚱한 친구들은 공책이랑 준비물 챙기는 것도 귀찮아해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쉬는 시간에 거의 뛰어놀지를 않아요."

움직이기 싫어하는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자곤 해요. 축구를 해도 움직임이 가장 적은 골키퍼 전문이죠.

요즘 초등학생들이 살찐 친구들을 부르는 별명은 돼지.뚱이.울라숑.울라숑뚱이.살푸둥이.지방덩어리.잠만보.멧돼지.슈퍼뚱돼지.곰팅이….

박피그.김피그처럼 '피그(돼지)'앞에 성을 붙이는 경우도 있대요.

어린이들은 뚱뚱한 친구랑 짝꿍이 되는 걸 싫어한대요. 좁은 책상을 혼자서 다 차지해버리기 때문이에요. 또 먹고 자는 일만 반복하는 모습이 답답해 보여서 싫대요.

물론 성격이 좋은 친구들은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요. 그래도 뚱뚱하다고 놀림 받으면 괴로울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비만한 어린이들은 건강을 잃게 된다는 거지요.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 선생님은 "나이는 10세라도 비만한 어린이들은 50대만큼 늙은 피를 갖고 있어요. 어린이라도 동맥경화.지방간.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답니다"라고 경고했어요.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비만이 느는 첫째 이유는 피자.햄버거.프라이드 치킨 등 열량이 높은 패스트 푸드를 많이 먹기 때문이래요. 그리고 컴퓨터랑만 친하고 방과 후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많이 뛰어놀지 못해서래요.

장혜지(서울 잠원초등 6년)어린이는 저학년 때부터 집 근처에서 파는 떡꼬치에 맛을 들인 뒤 살이 찌기 시작했대요. 그러다 지난해 거울을 보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혜지는 1주일에 세번씩 한학기 동안 수영을 빠짐없이 했어요. 요즘엔 매일 달리기를 하고 친구들이랑 농구도 자주 하지요. 덕분에 1년 전보다 키는 12㎝가 컸지만 몸무게는 2㎏밖에 늘지 않았어요.

재현이도 올 겨울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어요.

"이렇게 살다가 커서 살이 엄청나게 찌면 어떻게 해요."

재현이는 요즘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요. 집이 있는 18층까지 계단으로 걸어다녀요. 밤에는 줄넘기를 해요. 첫주에는 50번, 둘째주에는 1백번으로 매주 운동량을 늘리고 있어요. 집에 있는 운동기구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식사량도 조절하기 시작했어요.

"평소에 먹던 양보다 조금 줄였어요. 얼마 전에 시험 잘 봤다고 누나가 피자를 시켜줬는데 두조각밖에 안 먹었어요. 그 전에는 네조각 넘게 먹었는데….

진짜 배고프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은 견딜 만해요. 몸무게는 아직 그대로지만 몸이 많이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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