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남자생각] 곁눈질을 헤아리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안정과 안지 부부는 영화 '나쁜 녀석들'의 비디오를 빌려 봤다. 영화를 보면서 안지는 주인공 윌 스미스의 미끈한 몸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적당한 근육질에 탄탄하고 날씬한 몸, 작은 얼굴의 남자 배우 스미스가 가슴을 열고 뛰는 모습을 보며 안지는 섹시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얘기가 나온 김에 안정과 안지는 자신들이 평소에 섹시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성의 몸이나 스타일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안정은 니콜 키드먼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영화 '투 다이 포'에서 보여준 그녀의 악마적.치명적 매력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얘기했다.

물론 안정.안지 모두 자신 이외의 이성에 대해 상대가 찬사를 보내는 일에 대해 1백% 순수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샘도 나고 화도 났지만, 적어도 그 두 배우에 대해 솔직하게 '매력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둘을 기쁘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하지만 거리를 걷다가, 또는 카페나 백화점에서나 TV를 보다가 우리는 꽤(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을 능가할 수도 있는) 매력적인 남녀를 보게 된다.

그 때 그 사람의 매력에 대해 있는 그대로 칭찬하고 감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눈길도 줄 수 없고, 찬사를 보내는 것은 물론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돼 있는 커플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매력적인 이성이라고 고집하고 강요하는 태도야말로 서로를 숨막히게 한다. 나아가 둘의 관계를 불완전하고 부분적인 관계로 전락시킨다.

나 이외의 이성에 대한 눈길을 허락하자. 스미스의 멋진 몸에 대해 '멋지다'고 얘기하고, 키드먼에게 끔뻑 넘어간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랑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그리고 상대가 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건 더 더욱 아니다.

매력적인 이성을 보며 감탄하는 건,멋진 풍경을 보며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예쁜 여자, 멋진 남자를 느낀 그대로 말하자. 그들의 매력과 그들에 대한 찬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자.

자유기고가

▶안정(34세. 프리랜서 글쟁이. 안정은 필명. 안지의 남편)

▶안지(29세. 시나리오 작가 준비생. 안지는 필명. 안정의 아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