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퀸카인 그녀가 얼꽝으로 전락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김유리씨는 얼핏보아도 소위 말하는 퀸카이다. 늘씬한 키에 S라인의 몸매, 그리고 조막만한 얼굴에 비율있게 들어선 이목구비. 그녀가 지나가면 길거리의 남성들은 한번쯤은 눈길을 주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그런데 부랴부랴 그녀가 친구 소개로 우리 클리닉을 예약하였다. 진료실에 들어선 그녀를 면담하다보니 그녀가 나를 찾은 이유가 한눈에 보였다.

피부트러블이었다. 퀸카 얼굴에 걸맞게 피부도 백옥이었던 그녀에게 2년전부터 크고 작은 피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피부의 모공은 넓어져 있고 군데군데 색소가 올라온데다 크고 작은 뽀루지를 간신히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있었다.

친한 친구가 진료와 치료를 받고 빨리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듣고 온 그녀는 기대감 가득한 얼굴이었다.

“선생님 피부관리만 받으면 좋아지나요?”

진료를 마치고 일어설때 그녀가 물었다. 들어보니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기 시작한 2년전부터 소홀하지 않게 피부과 진료나 피부관리를 받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피부관리를 받으면 그때 반짝 좋아질뿐 그 효과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1주일 후 피부상태는 지난 주의 피부관리때문에 다소 호전은 있었지만 눈에 띌만큼은 아니었다. 그녀가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나에게 호소하였다.

“선생님, 제 친구는 여기서 두번정도 받고 나서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저는 아직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한번 더 하면 효과가 날까요?”

“유리씨, 미소씨가 좋아진 이유가 과연 피부관리에만 있을까요?”

나는 그녀에게 영양평가 결과표를 내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영양생활로는 피부의 현저한 개선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영양평가와 설문지에 나타난 생활습관이 그녀의 피부트러블을 설명하고 있었다.설문지 속의 일과표는 잦은 야근과 수면부족, 그리고 운동량 절대부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녀린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게 복부의 체지방율이 위험수준까지 올라가 있었으며 뼈는 골다공증 전단계인 골소종증 수준이었다. 혈액검사에서도 빈혈과 성장호르몬 저하가 체크되었다. 게다가 영양평가를 보니 그녀의 빈혈, 복부체지방증가, 성장호르몬저하가 설명되었다. 하루 두끼 식사로 아침은 거르기 십상이었고, 점심이나 저녁은 주로 외식이나 인스턴트음식으로 때우고 있었다. 하루 섬유질 섭취량은 15g으로 정상수치보다 반이하로 저하되어 있었고 일반적인 성인이 세 끼에 나눠먹을 칼로리를 두 끼에 몰아먹고 있었다. 칼슘섭취는 500mg으로 정상치의 반이었으나 소금섭취는 오히려 잦은 외식으로 정상인의 두배가까이 올라가 있었다. 이러다보니 피부의 필수영양소인 비타민 A, C, E가 다 부족하였다.

비타민 A는 레티놀이라는 상태나 베타카로틴이라는 전구체 형태로 세포재생을 촉진하고 피부를 매끄럽게 한다. 더불어 세포분열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하여 피부의 탄력과 저항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베타카로틴은 햇빛을 막아 보호해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비타민C는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이라는 섬유세포와 상처를 치유하는 결합조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E는 면역 체계를 떨어뜨리고 세포를 공격하는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부짱을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일단 그녀가 가장 부족했던 비타민 채우기부터 들어갔다. 하루에 반드시 한번은 과일을 섭취하고 섬유질 섭취를 30g 이상으로 늘렸다. 아무리 많이 바쁘더라도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며 물섭취도 2리터로 늘렸다. 과일은 껍질째 먹도록 하고 백미 대신에 현미 등의 전체식품을 늘렸다.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다보니 피부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던 첨가물이 든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횟수가 확 줄어들었다.

그녀가 식습관을 바꾼지는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2년 가까이 끌어온 그녀의 피부트러블이 호전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화장도 잘 받을뿐더러 피부관리에 대한 반응성도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진정한 피부미인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부터 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그녀가 몸소 입증해주고 있는 셈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