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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살아 숨쉬는 12가지 종교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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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
김나미 지음, 고즈윈, 263쪽, 1만2800원

김나미씨는 종교 분야 글쓰기에서 독보적 영역을 개척했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종교 전문 취재작가’란 별칭은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취재의 기본인 인터뷰는 물론 특정 종교의 ‘뼛속’까지 들여다본 후에 글을 쓴다. 한 사람을 인터뷰해도 서너 차례 이상 만나며, 각 종교의 경전을 탐독하는 것은 물론 해당 종교의 의식도 직접 경험한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현장감이 넘친다. 교조적 이론이나 ‘종교사’‘종교사상사’ 같은 학술적 정리 대신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육성이 담겨있다.

『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도 마찬가지다. 올 5월부터 넉 달간 중앙일보에 연재됐던 ‘김나미의 열린 마음, 열린 종교’를 확충한 이 책은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 신앙인의 입을 통해 종교의 본질과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서양사에서 비중 있게 언급되는 조로아스터교(배화교) 신자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관심을 끈다.

책에는 모두 열두 종교가 소개된다. 이슬람·라마교·남방불교·힌두교·유대교 등 우리에게 친숙한 것부터 수피즘·바하이 신앙·콥트 기독교·퀘이커 등 낯선 것까지 망라했다. 나열된 종교를 보면 종교 개론서 같은 느낌을 주나 글 첫머리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철저하게 ‘땀과 발’의 결과물이다.

키워드는 ‘다름의 인정’이다. 종교마다 믿음의 대상이 다르고, 또 지역·문화적 특수성이 작용하지만 궁극적 진리를 탐구하는 종교의 본질은 하나라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그 속을 채워가는 각 종교인의 헌신과 열정 덕분에 “세상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김씨는 ‘다름 안의 같음’만 받아들이면 종교라는 이름으로 빚어진 숱한 갈등과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보편적 깨우침은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것, 네 것”을 다투는 우리는 언제쯤 현명해질까.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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