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유정에 튜브 삽입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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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석유회사 BP는 16일(현지시간) 멕시코만 해저 원유 채취 파이프에 가는 튜브를 삽입해 새어 나오는 원유 일부를 해상으로 뽑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석유 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침몰한 이래,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원격조종 로봇으로 튜브 삽입=BP는 이날 원격조종 잠수로봇을 이용해 유정과 연결된 지름 53㎝ 파이프에 튜브를 삽입했다. ‘라이저(riser)’라고 불리는 이 파이프는 유정에서 채취한 원유를 수면 위 시설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침몰하면서 파열돼 지난 3주간 하루 수천 배럴의 원유를 바다로 쏟아내왔다.

당초 BP는 이 파이프에 연결된 비상 밸브를 잠그거나, 균열 부분 위에 거대한 돔을 뒤집어 씌우는 방식으로 원유 유출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14일부터 튜브 삽입을 시도했다. 당장 완벽한 유정 봉쇄가 힘들다면, 일단 쏟아져 나오는 원유의 일부라도 막자는 판단이었다.

삽입된 튜브는 1.5m 길이에 지름 10㎝짜리다. 해상 작업선과 연결된 1.5㎞ 길이 파이프의 일부분이다. 바깥쪽엔 바닷물이 파이프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고무 칸막이가 달려 있다. BP는 두 차례 실패 끝에 이날 이 튜브를 ‘라이저’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원유 회수 규모 15~20% 이하”=BP가 삽입한 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규모의 원유 회수에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켄트 웰스 부사장은 “아직 회수 규모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며 “(튜브가) 계획대로 잘 작동하고 있으며, 차차 원유와 가스 흡입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스대학 기계공학과의 사티시 나가라자야 교수는 “(유출) 원유의 15~20% 이상을 흡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의 반응도 차가웠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과 켄 살라사르 내무부 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기술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AP통신은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진이 “사고 유정에서 유출된 원유가 플로리다 키스 제도로 향하는 해류를 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키스 제도는 북미 지역 유일의 산호초 군락지다. 유출된 기름이 이곳을 덮칠 경우 막대한 해양 생태계 피해가 예상된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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