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오른쪽)이 지난 12일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허 감독은 24일 열리는 원정 한·일전을 앞두고 “어떤 점을 목표로 삼을지, 잃을 것은 없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허 감독은 이날 붙박이 주전 골키퍼 이운재(37·수원) 대신 정성룡(25·성남)에게 기회를 주며 수문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정성룡의 A매치 출전은 지난 1월 22일 라트비아와 평가전(1-0승) 이후 넉 달 만이었다. 그는 이날 무실점의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허 감독은 “정성룡은 오늘 특별히 나쁜 점은 없었다”며 “이운재와 정성룡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누가 들어가든 경험을 쌓아야 한다”면서 경쟁을 예고했다.
◆이운재를 뺀 건 ‘배려이자 경고’=이운재는 2007년 음주파문 징계 후 대표팀에 복귀한 2008년 11월부터 월드컵 최종 예선 등 중요한 경기 대부분을 출전했다. 그는 고비 때마다 안정된 기량으로 수비진을 지휘하며 허정무팀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이운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경기당 2실점(9경기 18실점)의 부진을 거듭하며 경기력 저하 논란에 휩싸였다.
허 감독이 에콰도르전에서 정성룡을 내세운 까닭은 명확하다. 이운재가 부담에서 벗어날 시간을 주는 동시에 정성룡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허 감독은 “이운재가 최근 경기력 측면에서 마음고생을 했고 다운돼 있어 정성룡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지 배려의 의미만은 아니다. 허 감독은 “누가 주전이 될지는 모른다”라는 말로 이운재의 분발을 촉구했다. 여전히 주전 골키퍼는 이운재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경기력으로 보여달라는 의미다.
◆이운재 ‘경험’ vs 정성룡 ‘침착함’=김현태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는 골키퍼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며 “이운재는 경험이 많아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운재는 월드컵 3회 출전 포함해 A매치에 129회 출전한 베테랑이다.
김 코치는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이운재가 넘버1 골키퍼지만 이후 안 된다고 판단되면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성룡이 충분히 이운재의 대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정성룡은 1m90㎝의 장신에다 팔도 길고 유연성도 뛰어나다. 1대1 상황에서도 볼을 끝까지 지켜보는 침착함이 장점이다.
소속팀 성남의 차상광 골키퍼 코치는 “예전에는 크로스를 잡는 능력과 수비 리드가 부족했지만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개인적으로 정성룡은 월드컵 주전이 되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최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