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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100년 발자취, 100권짜리 책으로 만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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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선족의 발자취를 100권 전집으로 정리하고 있는 리성권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사장. [조용철 기자]

“100권 중 첫 3권이 출간됐습니다. 그래도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이만한 전집을 갖춘 것은 우리뿐입니다.”

『중국조선족사료전집』 중 ‘력사편 이주사’ 3권을 서울국제도서전(16일 폐막)에 출품했던 리성권(55) 연변인민출판사 사장은 뿌듯한 얼굴이었다. 이번 전집은 2000년에 기획되고, 2020년에 완간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인 까닭이다. 박문일 옌볜대 전 총장 등 조선족 사학자 60여 명이 참여한, 말 그대로 조선족 사학계의 역량이 한데 모였다.

“청 말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창건까지 100년 동안의 조선족 사료를 총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이번 전집은 항일 투쟁 성과 등 민족적 자부심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먼저 옌볜대와 손잡고 기획안을 짠 뒤, 관련인사들 인터뷰와 사료 수집·정리에 착수했다. 2002년 국가신문출판총서의 승인을 받아 이듬해부터는 정부 자금지원도 받았다. 항일투쟁 회상기, 국내외 언론기사 등 다양한 자료를 7년에 걸쳐 모았다. 역사·정치경제·문화예술·교육·철학종교·민속·언어문학 등으로 나눠 20여 권 분량의 원고를 마련했다.

“50권까지만 해도 한국돈으로 15억원 가량 듭니다. 우리 출판사 역량만으론 힘들어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죠. 자금 문제도 그렇지만 자료수집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 덕분에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의 비공개 자료, 일본 외무성 문서 등 귀한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도 수록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성격상 중국어 원문(原文)사료를 그대로 실은 것도 많아 사실 일반 독자들은 접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한민족 이주사나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들도 반가워할 귀한 자료가 많습니다.”

리 사장은 이번 도서전 기간 중 전집 일부를 국내 한 출판사에서 한글판을 내기로 합의를 했다며 만족해했다. 그는 논픽션 전문 작가 출신이다. 1993년 조선족 기업인 석산린의 일생을 다룬 『중국 땅에 꽃피운 흰 두루마기의 넋』(종로서적)을 냈었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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