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울며 겨자먹기'로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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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마이다스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한 은행으로부터 1백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빼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가가 상승추세이니 조금 더 오른 뒤 환매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이 은행은 돈을 내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10% 정도 수익이 났고 연말 결산도 다가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신경써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데도 기관이 주식을 많이 내다파는 것은 이처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각 투신.자산운용사에 따르면 주가가 6백선을 넘어선 이달 중순부터 새마을금고.은행.보험 등 금융기관과 연기금의 환매요구가 부쩍 늘어났다.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대한투신운용으로부터 3백억원을 빼내는 등 투신권 전체에서 2천억원 가량을 환매했다. 담배인삼공사도 한국투신운용에 맡겼던 2백억원 등 모두 1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은 대개 지난해 연말 종합지수가 500을 오르내릴 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최고 40%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또 새마을금고연합회가 26일 현대투신운용에서 2천억원을 빼낸 데 이어 27일 삼성투신운용과 제일투신운용에서 각각 1천5백억원씩을 환매했다. 이밖에 중.소형 연기금들의 환매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거액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주가가 2개월여 사이에 200포인트 이상 올라 추가 상승 여지가 적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투신증권 한정희 연구원은 "최근 한달 동안 순수주식형과 주식혼합형 펀드에서 줄어든 8천4백억원은 대부분 금융권과 연기금 자금"이라며 "투신사들이 장세 전망을 낙관적으로 수정하고 있지만 환매요구가 잇따라 주식을 내다 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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