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건너간 토공·주공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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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내년 1월부터 통합시키려던 정부 계획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 심의 보류로 사실상 무산됐다.토공.주공 통합 실패는 이 정부가 내건 공기업 개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을 만하다.

야당의 '개혁 발목잡기'도 한몫 했겠지만, 개혁 대상인 두 공사나 정부가 말만 앞세웠을 뿐 구조조정 등 통합에 앞선 사전 준비작업에 소홀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공사의 통합은 1998년 8월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개혁방안의 핵심 사업이었다. 두 공사가 그동안 택지 및 주택공급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 택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은 민간기업들이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막대한 재정지원을 해가면서 이끌고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통합의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두 공사는 통합작업은 뒷전인 채 통합 이후의 주도권을 겨냥한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려왔다.

두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건설교통부 역시 단명 장관들만 양산하는 가운데 두 공사의 통합작업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해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다음에야 부산을 떨었다.

토공과 주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3백70%와 1백74%로 97년보다 각각 36%포인트, 11%포인트 증가하고 영업실적도 악화하는 등 두 공사의 구조조정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런 상태에서 두 공사를 통합하면 부채는 20조6천억원, 연간 이자만 1조6천억원에 이르러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거대 부실기업이 된다는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용역결과도 제시됐다. 두 공사가 통합하면 3년 후부터는 수익성이 호전될 것이라는 다른 용역 결과 역시 치열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는 개혁실패의 책임을 정치권에만 떠넘기지 말고 두 공사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회 역시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두 공사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 구조조정 진전상황 등을 파악해 관련 법안을 이른 시일 내에 처리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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