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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 중 환율전쟁에 원화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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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외환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달러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유로당 달러 환율은 사상 최고)으로 떨어졌다. 런던의 한 금융시세 전광판에 달러 가치 하락 추세가 표시돼 있다. [런던 AP=연합]

미국과 중국을 양축으로 한 세계 환율전쟁의 충격파가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겨냥한 미국의 '달러 약세 밀어붙이기'가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값을 연일 초강세로 끌어올리자 원화 값도 급등(환율 하락)했다. 정부가 이날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것도 원화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

시장에선 중국이 위안화 값을 올리기 전까지는 달러 약세 기조가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원화 환율 하락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세계 환율전쟁의 여파=미국의 약달러 정책으로 유로화와 엔화가 달러에 대해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달러 약세로 피해를 볼수록 중국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강해질 것이란 게 미국의 계산이다.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100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으로선 위안화 값을 올려 중국의 대미 수출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그러자 중국은 외환 보유액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 미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으로 응수하고 있다. 미국 국채의 최대 수요자인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가 힘겨워진다. 이럴 경우 미국은 달러를 찍어 적자를 메워야 해 달러 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협선물 이진우 팀장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기 전까지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가 꺾이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자금이 달러를 팔고 유로나 엔을 사려고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적극 방어 안 나선 정부=지난 22일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달러 팔자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정부가 달러당 1050원선은 지킬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됐다.

그러나 25일 일본 자민당의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이 "현재 엔화 수준에서 정책을 변경할 정도는 아니다"며 지난 3월 이후 고수해온 시장 불개입 원칙을 확인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가 조만간 시장 개입을 재개하고 이때 한국 정부도 공조 개입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게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26일 정부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1050선이 무너지는데도 정부의 적극적인 방어 노력이 감지되지 않자 수출기업들이 월말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앞다퉈 시장에 쏟아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 달러당 1000원이 마지노선◆ =당분간 원화 환율은 국내 요인보다 해외 요인에 더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달러당 100엔선을 지켜내느냐 여부가 국내시장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100엔이 무너진다면 원화도 달러당 1000원선을 지키기가 힘겨워진다.

외환은행 하종수 팀장은 "엔화의 동향이 원화 환율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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