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학원 이사장 아들 청부살인 누명 벗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재단의 전 재산관리인을 청부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유명 사학재단 후계자가 1년6개월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26일 2001년 5월 초등학교 친구 K씨(47)를 시켜 재단의 전 직원 이모(56)씨를 살해토록 한 혐의(살인교사)로 기소된 학교법인 예일학원 이사장의 차남 김희천(4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1심에서 무죄,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 이날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살인을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으며 가장 유력한 간접 증거는 김씨와 이씨의 사이가 나빴다는 점이지만 살해의 필요성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춘천지검은 이씨가 지난해 1월 K씨에게 살해당하자 평소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김씨가 살인을 지시했다고 판단,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씨가 재단 업무의 실권을 장악해 가던 중 15년간 집안 재산을 관리해 온 이씨와 갈등을 빚다 K씨를 시켜 살인하게 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K씨는 지난해 1월 이씨를 서울 서초동 집 앞에서 승용차로 납치, 흉기로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려고 강원도 춘천으로 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K씨는 경찰에서 "김씨가 시켰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에서 "김씨에게서 대가를 바라고 독단적으로 한 범행"이라고 번복했다.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은 지난해 11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서울고법은 지난 3월 "김씨와 피해자인 이씨의 사이가 극도로 나빴던 점으로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직접 증거가 없는데도 간접적인 정황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였다.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이씨가 살해당하면 김씨가 가장 의심받을 상황을 K씨가 이용, 살인을 저지른 뒤 김씨에게서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금까지 구속돼 있었으며 구속-석방-재구속을 반복하면서 모두 14개월 동안 수감돼 있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