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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위기의 북한 주민 도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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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헬렌 켈러 여사가 1925년 국제라이온스협회 연차대회에 참석해 '시각장애인을 구제하는 기사(騎士)가 돼 달라'고 호소한 것을 계기로 우리 협회는 실명 예방 및 퇴치사업에 앞장서 왔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 개안수술 등으로 지금까지 1000만명 이상을 실명의 위기에서 구해냈지요."

한국라이온스클럽과의 업무 협의차 최근 방한한 클렘 F 쿠지액(63) 국제라이온스협회 회장은 "한국에서도 30여개 병원과 결연해 빈민층에 대한 무료 개안수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라이온스협회와 한국라이온스클럽은 총 650만달러(약 68억원)를 들여 평양에'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을 짓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2% 가량이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데, 북한 동포의 경우 영양실조와 낙후된 의료기술로 인해 시각장애인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라이온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쿠지액 회장은 "개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떠나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회원들이 북한 주민 돕기에 나선 것"이라며 "내년 봄 평양에서 열릴 완공식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17년 창설된 국제라이온스협회는 193개국에서 140만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봉사단체다. 한국라이온스클럽은 59년 설립돼 7만9000여명의 회원들이 해마다 250억원 이상의 회비를 거둬 다양한 봉사사업을 펼치고 있다.

쿠지액 회장은 "그렇다고 라이온스 회원들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인 것은 아니다"며 "남을 도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이웃에 봉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대.로욜라대(기계공학 전공)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쿠지액 회장은 66년 볼티모어 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한 후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치고 올해 국제협회 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25일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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