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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여행]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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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한국고건축박물관 전경

아직 늦지 않았다. 충남 예산군에서 단풍의 끝자락을 잡아보자. 단풍과 함께 우리 옛건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수덕사에서 서남쪽으로 10리쯤 가면 객사문이 나온다. 객사는 고려, 조선대 지방관아의 하나다. 이곳 객사문은 강릉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건축물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팔각정을 중심으로 기와집들이 몇 채가 있다. 그 안에는 숭례문, 부석사 조사당,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팔상전 등이 있다. 이들 축소모형을 통해 우리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 한국고건축박물관(www.geoammuseum.or.kr)이다. 놀랍게도 이곳은 개인이 사재 120억원을 털어 건립한 곳이다.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거암(巨巖) 전흥수(田興秀.66) 씨다.

왜 여기에 박물관을 지었느냐는 질문에 "22대 700여년간 살아온 고향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렵게 살았지. 이 동네서 제일 가난한 집이었어. 악바리같이 살아 돈 좀 벌었으니 고향에 세운 거지."

▶ 전시실의 모형

예산 덕산면 대동리의 한 가난한 집 차남, 인근 절에 행자로 맡겨졌지만 여러 번 도망친 아이, 결국 서울로 달아나 막일을 전전하다가 귀향, 목수일을 배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아버지에게 집 짓는 일을 배우다가 대목 김중희 선생을 따라 천안 광덕시, 덕산 보덕사 등을 다니며 일을 배웠다. 창덕궁 가정당, 오대산 월정사 대웅전, 속리산 법주사 관음전 등 100채 이상의 문화재급 한옥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대목장이 된 그가 고향에 한국 건축을 집대성한 고건축박물관을 연 것이다.

1996년 착공해 98년에 개관했다. 옛 건축물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옛 도면을 연구했고, 건물을 직접 찾아가 실측하기도 했다. 실물의 10~20%에 불과한 축소모형이지만 100이면 100조각 그대로 축소해 짜맞췄다. 개관한 지 7년이 지났지만 박물관은 아직 건축중이다. 전시관도 앞으로 두 채를 더 지을 계획이다.

전시관 안에는 뼈대를 훤히 드러낸 건물 모형들이 즐비하다. 작품 설명과 부분별 이름표를 달아 우리 건축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공포, 문살 등 부분 모형도 있고, 고건축 연장들도 전시돼 있다. 대부분 조선시대 건축물이고 고려시대 것이 6개, 북한에 있는 것이 하나, 중국 건축물 모형이 두 개 있다.

▶ 고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은 지붕의 눈꽃무늬에서도 드러난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시실을 지키고 있는 김명희 씨에게 질문해 보자. "공포는 지붕의 하중을 견디도록 기둥머리에 짜맞춰 단 것으로 장식의 기능도 겸합니다." 답변이 술술 나온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전시실 조명이 형광등이라거나 학예사가 없는 등 아직은 미비한 점도 있어 정부에 예산지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동절기 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료는 어린이 1000원, 어른 2000원. (문의: 고건축박물관 041-337-5877)

인근에 수덕사,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 덕산온천,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등이 있다.

▶ 전시실의 김명희 씨가 공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는 방법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IC로 나온다. 수덕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한국고건축박물관'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서울서 두 시간 가량.

◇주변 먹거리

그때그집= 수덕사 앞이지만 인근의 식당, 여관들과 떨어져 호젓하다. 주변의 숱한 산채정식집들 중 지역주민들에게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 곳이다. 더덕산채정식이 8000원. 석쇠에 구운 더덕과 조기찜, 된장찌개, 직접 쑨 도토리묵, 인근 야산에서 지역 할머니들이 채취한 나물 10여종이 나온다. 여관업도 하지만 잠자리는 다른 곳에서 찾는 게 나을 듯. (041-337-1033)

예산=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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