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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의 마켓뷰] 남유럽 위기는 성장성 큰 한국·아시아엔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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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남유럽 재정위기로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대적으로 튼실한 아시아의 재정 건전성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통화도 강세를 띨 것이며, 이는 외국인들의 아시아 비중을 늘리는 유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아시아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빚을 내 경기를 끌어올린 결과로 발생한 여진(餘震)이다. 재정위기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크지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예견됐던 악재라는 점에선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의 안일한 재정 운용과 남유럽 국가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다. 여기에 ‘유로’라는 공동화폐를 쓰면서도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하여튼 짚고 싶은 것은 이번의 문제가 2008년의 경우처럼 금융회사들이 전 세계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한 해 지속적으로 환매가 나오고 있지만 이머징 주식과 채권형 펀드로는 자금이 강하게 쏠리고 있다. 강력한 역내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며 금융위기 때와 사뭇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통화는 어떨까. 유럽의 구조적 재정적자 때문에 유로는 장기적으로 약세가 예상된다. 달러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달러도 장기적으로는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때문에 아시아 통화에 비해 약세가 불가피하다. 달러와 유로가 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이 글로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비중을 올리는 작업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산 배분의 기준도 흔들리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이라는 단선적인 구분을 넘어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성장이 좋은 국가와 낮은 국가와 같은 기준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시아가 선진국보다 펀더멘털이 좋은 국가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아시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를 보면 외국인들은 늘 장기간 순매수하는 가운데서도 중간중간 일시적 대량 매도를 반복해 왔다. 지난해 3월 이후 40조원 넘게 순매수한 외국인이 요즘 남유럽 재정위기라는 악재에 일시적으로 매도를 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여전히 매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유럽 위기는 오히려 한국과 아시아 증시에 대한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기회라고 하겠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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