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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태평양 장악하려 근육 키우는 중국 해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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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인 ‘스지아좡 116함’이 지난해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고 있다. [Getty Images/멀티비츠]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엑스포가 시작됐다. 화려한 폭죽이 개막을 장식했다. 축제는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1970년 일본은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열어 신칸센 탄환열차와 함께 전후(戰後)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자축했다. 지금 세상은 중국이 일본의 성장궤적을 따르면서 현대적이고 평화적인 국가로 부상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그 이유가 있다. 중국의 힘 과시가 비단 땅에서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을 향한 중국의 야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미국 태평양함대의 티머시 키팅 사령관이 200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다. 중국 해군의 고위 인사는 하와이에 경계를 설정해 양국 해군의 영역에 분명한 선을 긋자고 제안했다. 중국 해군은 지금까지 그 목표를 이루려 하고 있다.

중국의 야망은 ‘근육 키우기’에서 드러난다. 지난달 8일 오키나와 남쪽의 공해에서 항해하던 중국 함정의 헬기가 자위대 호위함의 90m 안쪽으로 접근하는 일이 있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무장한 인민해방군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일본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라며 항의했지만 이를 무시하듯 같은 달 21일 중국 함정은 오키나와와 미야코 섬 사이의 북쪽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했다. 역시 중국군 헬기가 일본의 호위함을 선회했다.

가끔 러시아 공군이 일본 북쪽 상공을 정찰 비행하긴 하지만 양국 모두 신중하게 접근한다. 그러나 일본·중국군 사이엔 그럴 만큼 충분한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급박한 사고를 막기 위해선 양국 간 깊은 군사적 대화가 긴요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와 비슷한 반미 성향을 통해 중국의 아시아 내 야망을 부추기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한다는 지난해 여름 선거공약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근 그는 공약을 되돌리려 하지만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중국군이 태평양 해군력에서 미국을 대신해 우위를 차지하려는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이 필리핀 내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폐쇄했을 때, 중국군은 필리핀 영토지만 중국이 맹렬하게 권리를 주장해 온 스프래틀리 군도(남사군도·南沙群島)에서의 활동 수위를 즉각 높였다.

태평양 장악을 위한 중국의 몸부림을 느끼며 일본에선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인구가 1800명뿐인 오키나와 남부의 요나구니 섬은 맑은 날이면 대만에서도 보인다. 이 섬의 특정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려는 정부 정책을 두고 일본에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자신들은 배타주의자가 아니며 국경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137표만 얻으면 의원 당선이 가능하기에 특정 목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섬에 들어오면 인접국에 우호적인 입법을 통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도 이전과 달리 상황을 깨달은 것 같다. 그는 요나구니의 기지 건설을 주장한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군의 눈은 태평양뿐 아니라 남아시아와 인도양, 중동·아프리카 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사실 점증하는 인도와 중국의 갈등은 군사문제뿐 아니라 자원 획득과도 맞닿아 있다. 해상로를 통제함으로써 중국은 인도의 경제성장을 견제할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

중국군은 지난 22년간 매년 두 자릿수로 커졌다. 중국은 2010년의 군 예산이 줄어서 단지 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군 예산은 이미 일본의 국방비를 15% 초과했다.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높아간다는 걸 자각하고 중국이 올해 국방비를 줄이긴 하겠지만 예산 투명성 문제 때문에 실제 수준이 얼마나 될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역사는 끊임없이 보여줬다. 그런 불투명성이 군비 경쟁을 부추긴다는 걸 말이다. 신흥대국으로 떠오른 국가가 이를 촉발할 때는 특히 그렇다. 독일 빌헬름 2세 황제의 비밀스러운 해군 확장은 제1차 세계대전을 조장했다. 또 소련과의 미사일 격차가 있다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걱정은 냉전시대에 다탄두 핵미사일 개발을 부추겼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규율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중국은 그럴 만하다. 그러나 중국이 더 신뢰 있고 투명하게 행동해 주어야 국제사회의 이런 걱정이 가라앉는다. 그렇지 않다면 이웃 국가는 중국을 계속 의심하고 보다 더 강도 높은 대응책을 궁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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