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선거전 '반운동권·반정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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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서관 내 수면실 설치' '게릴라 콘서트 학내 유치'-.

내년도 총학생회장 선거가 한창인 요즘 대학가 유세장을 점령한 구호들이다.

최근의 '비(非)운동권.탈(脫)정치' 풍조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반(反)운동권.반(反)정치'가 주류를 이룬다. 대졸 취업난 등 학생들의 장래와 직결된 현안이 급하고,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이 반영된 흐름이다. 이념적이고 투쟁적이던 모습은 이제 옛 풍경이 돼버렸다.

◇ 실사구시형 전환=20일 투표가 시작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는 후보 7명 중 두명이 '비운동권'과 '반운동권'을 표방했다.

올해 처음으로 복수의 비운동권 후보가 출마한 것.이들의 공약인 '도서관 앞 집회금지'가 이번 선거 최대 쟁점이었다.

운동권 후보들의 '○○○투쟁위원회 위원장' 등의 이력과 달리 이들은 야구동아리 감독.힙합동아리 반장.스타 크래프트 게임매니저 등의 경력을 내세웠다.

조창근(디자인학부3)후보는 "정치 투쟁만 일삼는 운동권에 반감을 가진 학생들을 대표해 출마했다"며 "당선되면 제일 먼저 운동권의 놀이터가 돼버린 도서관 앞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도 올해 입후보한 다섯팀 중 비운동권이 두팀이다.

◇ 벗어 던진 정치색깔=이런 분위기를 의식,운동권 후보들도 정치적 이슈 제기를 꺼리고 있다. 치열한 정치논쟁 대신 기숙사 입소자격 완화,장학금 확충 등 각종 복지공약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운동권 계열인 연세대 '탈(脫),틀을 깨는 사람들'팀은 ▶장애인 교육권 확보▶사이버 강의 질 높이기▶서적 할인판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성균관대의 한 운동권 후보도 슬로건을 '정치에서 생활로'로 정했다.한 선거운동원은 "정치색을 드러내 봐야 학생들이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정치권의 파벌싸움을 연상시켜 혐오감만 준다"고 말했다.

◇ 비운동권이 첫 주류 세력으로=지난해 전국 2백80개 캠퍼스 중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곳이 1백30여곳▶한총련 주류인 NL 계열 1백10여곳▶PD 계열 등 기타 20여곳으로 비운동권이 처음으로 최다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대학선거에서도 비운동권 강세는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손민호.홍주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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