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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로 준비하는 대입 논술·면접] 낙태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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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리나라 법원이 최근 임신 28주 된 태아를 낙태해 살해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5일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윤리지침을 선포해 생명윤리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법으론 금지됐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낙태 어떻게 볼 것인가.

◇ 낙태 실태

미국에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앨라배마주는 낙태한 여성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한다. 이 판결에 대해 연방법원 대법관들의 표는 4대 4로 나뉘고 대법관으로 새로 지명된 조셉(앤디 가르시아 분)이 결정권을 쥔다. 언론 등 모든 이목이 재판 결과에 집중된다.

미국 영화 '최종 판결'(1999.감독 데이비드 앤스퍼)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낙태 찬반론의 이론적 배경과 미혼모.입양아.낙태 경험자 등 당사자들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인간적인 고뇌까지 파헤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해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전체에서 낙태 시술을 2백만건 이상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평균 출생아수 60만명의 3배에 이르는 수치로 인구비율로 따지면 세계 2위다.

문제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10대들이다.청소년보호위원회의 지난 1월 조사에 따르면 산부인과 병원을 찾는 임신 여성의 8.4%가 1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는 자연분만기 전에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행위다.

현행 모자건강보호법은 강간.선천성 기형.유전적 정신질환.풍진.에이즈 감염 등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이밖의 경우 의사가 시술했어도 형법상 낙태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낙태죄로 입건된 사람은 매년 30명 정도다.

외국에서도 낙태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세계적으로 1년에 5천5백만~7천만건 정도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하지만 낙태를 완전히 합법화한 나라는 아직 없다.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대다수 국가가 우리나라처럼 낙태죄를 형법에서, 허용되는 낙태를 특별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 등에서는 낙태를 적극 반대한다. 1995년 로마 교황청에서 발표한 새 '교황회칙'에선 "낙태는 윤리적인 무질서이며, 안락사와 더불어 어떠한 인간의 법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했다.

◇ 활동 주제

①배란.수정부터 분만까지 태아의 성장.발육 상태를 주별 또는 월별로 조사해 표로 만들고 언제부터 태아를 생명으로 존중해야 할지 의학적인 면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다.'상생과 낙태 예방을 위한 홈페이지'(http://www.sangsaeng.org) 등 참조.

②영국의 중학교에선 여학생들에게 아이를 돌보는 일이 소중하고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 날계란을 한개씩 나눠준 뒤 한달간 항상 몸에 지닌 채 깨지지 않도록 돌보는 성(性)교육을 한다. 현재 받는 성교육이 효과적인지 생각해 보고, 받고 싶은 성교육과 성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리한다.

③우리나라의 낙태율이 높은 이유를 급우들과 토의해 '베스트 5'를 뽑은 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예=남아 선호사상 등).

④낙태 사유는 원치 않는 임신.경제 형편.건강 문제.장래 계획에 대한 지장 등이 주류다.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현행 낙태 규제법이 지나치게 엄격해 유명무실하다"며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고, 대신 법을 엄정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태를 합법화할 경우 허용해서는 안될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해 보자. 또 낙태를 전면 불허할 경우 선천적으로 병에 걸렸거나 기형인 아기, 경제 능력이 없는 10대 미혼모와 고아의 증가 등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다. 부작용을 있는 대로 생각해 보고 대안을 찾아보자.

⑤배아(수정 14일 이내로 장기 형성이 안된 세포 덩어리) 복제를 규제하는 법률안을 내놓은 정부는 최근 낙태의 대안으로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먹으면 임신을 피할 수 있는 사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내년부터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낙태약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도 배아 복제를 불허하는 법률안을 마련했으나 그 전에 사후피임약과 낙태약의 시판을 허용했다. 사후피임약과 배아 복제 부분까지 포함해 낙태에 대한 입장(찬.반.절충)을 정하고, 토론하거나 1천~1천6백자 안팎으로 논술한다.

이태종 기자

*** 찬성 : 선택적으로 허용해야

*** 찬성 : 선택적으로 허용해야

낙태는 윤리적으로 따지면 허용해선 안된다. 그러나 현실은 당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산부인과의 시술 행위에 불과한 일이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합법화할 수도 없다. 성인과 미성년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여서 그 해법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낙태가 법적으로 제한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판단과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 낙태를 하는 사유는 태아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임부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있을 때,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때 등이다.

그렇지만 낙태를 한 본인은 큰 고통과 후유증을 겪어야 한다. 낙태가 여성들의 장년기 이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성인 여성들이 낙태를 한다는 보도를 접하면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10대 소녀들의 임신이다. 이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성인들이 만연시킨 퇴폐적인 성문화가 그 원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실수로 임신한 소녀가 겪는 갈등과 음성적 방법으로 낙태를 할 때 당하는 고통은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소정 장위중3년 (본지 학생 명예기자)

*** 반대 : 생명 앗을 권리 없어

우리나라는 두가지 방법으로 나이를 계산한다. 태어나자마자 한살로 치는 우리식 나이와 출생 후부터 따지는 만나이가 그것이다. 태아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출생보다는 수정된 시기부터 나이를 따지는 우리식 계산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낙태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수없이 계속돼 왔다. 낙태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난 9월 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WTC)에 가해진 테러와 닮았다.

우선 피해 당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가해지는 살인 행위라는 점이다. 게다가 공격하는 자의 이익만 추구한다. 태아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머니가 가해자라는 점에서 본다면 낙태는 한층 더 반인륜적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미혼모라도 자신의 장래를 위해 생명을 앗을 권리는 없다. 사회적 제도를 통해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을 기울이는 게 옳다.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점도 닮았다. 서양의 몇몇 국가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는 살인 행위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역사에 남을 인류의 상처라면 낙태는 그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 지워질 수 없는 상처다.

황성진 서울고2년 (본지 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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