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월드컵]한국, '대형투수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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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형투수가 없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투수력의 팀이다. 국제대회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활화산 같은 타격보다는 안정된 마운드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안정된 마운드에는 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기둥투수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대 후반 이선희(삼성코치)에서 시작해 80년대 후반 김기범(전 LG.미국연수중), 90년대 구대성(오릭스 블루웨이브)으로 이어져 내려온 '왼손 일본 킬러'들이다.

이들 외에도 일본을 상대로 명승부를 벌일 때마다 대형투수가 있었다. 한국이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정상을 차지했던 82년 한.일전 때는 선동열(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이 있었고 프로가 참가하기 시작한 98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박찬호(LA다저스)가 완투승을 거뒀다.그리고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구대성이 혼자 일본에 2승을 거둬 올림픽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는 이들과 견줄 만한 대형투수가 없었다. 마일영(현대.사진).조규수(한화) 등은 대형투수로 불리기에는 아직 모자란다. 이처럼 마운드를 지켜줄 버팀목이 없었던 것은 굵직 굵직한 대형투수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 이유도 있고, 국내 유망주들을 키워내지 못한 이유도 있다. 유망주 발굴보다 외국인투수 스카우트가 현명해진 현재 국내 프로야구의 현실도 한몫을 했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형투수의 발굴과 보존이 절실하다.

타이베이(대만)=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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