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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승호 몸 풀면 SK 이기는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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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SK 수호신으로 거듭난 이승호. [중앙포토]

신인왕, 선발 에이스, 어깨 수술, 그리고 최고 마무리 투수로 부활. 프로야구 선두 SK의 좌완 투수 이승호(29)가 영욕의 10년 세월을 딛고 팀 마운드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김성근 SK 감독은 12일 롯데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2-1로 승리한 후 “중요한 고비였는데 선수들이 잘 넘겨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주 16연승이 끝난 뒤 1승4패의 부진으로 자칫 하향세에 빠질 뻔했는데 이날 승리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반드시 잡기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마무리 이승호를 1-1이던 9회부터 12회까지 계속 던지게 했다. 그만큼 이승호를 믿었고, 이승호는 그 믿음대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이승호는 4이닝 동안 안타 한 개만 맞고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1로 앞선 12회 말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이대호와 가르시아를 연달아 내야 플라이로 처리해 승리를 지켰다. 투구 수는 59개. 전날 경기에서 1이닝을 던지는 등 최근 닷새 사이 7과3분의1이닝을 던지는 강행군을 했다. 그래도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5㎞까지 나왔다. ‘마당쇠’ 이승호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2000년 SK에 입단한 이승호는 첫해 10승9세이브로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2001년 14승, 2004년 15승으로 선발 에이스 노릇을 했으나 어깨 통증으로 2006년 수술을 받았다. 2년여의 재활 끝에 2008년에야 마운드로 돌아와 불펜 투수로 보직을 전환했다.

올 시즌에는 정대현의 무릎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무리 투수를 맡아 12세이브(2승무패·평균자책점 1.29)로 구원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대현이 지난 7일 복귀했지만 이승호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신뢰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12일 롯데전에서도 김 감독은 정대현을 8회 2사 후 원포인트 릴리프로 쓴 뒤 9회부터 이승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이승호는 “요즘은 직구 스피드가 예전처럼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직구 위력이 떨어진 만큼 반포크볼 등 변화구를 많이 던지고 있다”며 “팀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더욱 집중력을 갖고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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