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가 과일시장 판도 바꿔…4월 판매량 절반이 수입 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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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오렌지나 키위 같은 수입 과일 매대는 고객들로 붐비는 반면 수박 같은 국산 과일 매대는 비교적 한산했다.

올봄 냉해의 여파로 국산 과일의 가격이 오르자 수입 과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올 들어 원화가치의 강세로 수입 과일 가격이 더 내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예년의 경우 4월 전체 과일 매출액 중 수입 과일의 비중은 35~40%선. 하지만 올해는 50%를 넘나든다. 4월 수입 과일 매출 비중은 롯데마트가 48.1%, GS수퍼마켓은 50.7%로 집계됐다. 4월은 밀감 등 겨울 과일이 들어가고, 수박 같은 초여름 열매채소나 과일이 나오는 중간 시기여서 수입 과일이 비교적 잘 팔리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과일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수입 과일의 강세가 올가을 또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냉해의 여파로 과일별로 올해 수확량이 30~40%씩 줄어들고, 가격도 잘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수입 과일을 편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생긴 것도 국산 과일의 설 땅을 좁게 만든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 구매행동 중 가장 중요한 게 기존 소비행태를 뒤집는 최초의 구매행동인데, 올해는 냉해가 그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국산 과일을 찾던 소비자들이 수입 과일로 많이 돌아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마트에서 수입 과일을 산 김명훈(52)씨는 “가을이 돼도 국산 과일 값이 지금처럼 비싸면 결국 저렴한 수입 과일을 사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도 국산 과일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수입 과일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여름·가을을 대비해 수입 과일의 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70억원어치를 수입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올해 110억원어치를 수입할 예정이다. 칠레산 포도 수입량도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100억원어치로 잡았다. 이 회사 이관이 과일팀장은 “수입 과일의 맛과 품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신규 수입 과일 품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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