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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새 75종·물고기 56종 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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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강은 그동안 인공적으로 물길이 바뀌고 콘크리트 제방이 놓이는 등 마구잡이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돼 왔다. 그러나 복원 작업이 꾸준히 진행된 결과 사라졌던 철새와 물고기가 최근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16일 『한강에서 만나는 새와 물고기』(지성사)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한강에는 75종의 새와 56종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강동 지역=하남시와의 경계에 있는 '가래여울'은 콘크리트 제방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래섬이 생기고 갈대.버드나무 등이 자라기 시작,새들의 산란장이 되고 있다.여름이면 해오라기.백로 등이 날아오고 겨울에는 오리류가 찾아오는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큰고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 송파.광진 지역=거대한 수중보의 위쪽과 아래쪽에 사는 물고기의 종류가 다르다. 수중보에 막혀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광나루터 등에는 대농갱이 처럼 고여 있는 물을 좋아하는 고기가 많다. 바다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회유성 물고기가 상류로 갈 수 있도록 수중보에 '어도(漁道)'를 만들어 놓았으나 연어와 같이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물고기에만 적합해 두우쟁이.황복 등은 수중보 아래에 알을 낳는다.

◇ 성동.용산 지역=오염된 중랑천의 영향으로 한강 중 물고기.새들이 살기에 가장 안좋은 곳이다.오염에 견딜 수 있는 어미 물고기가 대부분이고 새들은 먹이를 찾아 잠시 들를 뿐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 지정 보호 야생 동식물인 두우쟁이가 나타나고 고유종인 참중고기.새코미꾸리 등이 출현해 희망을 주고 있다.

◇ 마포.여의도 지역=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밤섬은 지난해 조사에서 40종의 물고기가 살고 새들도 봄.여름에 30여종, 겨울엔 46종이 찾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탈바꿈했다. 섬을 뒤덮은 물억새는 좋은 서식처가 되고 모래톱은 쉼터를 제공한다. 밤섬 주위를 지나는 모터보트와 서강대교를 지나는 차량들의 시끄러운 소음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다.

◇ 마포.양천 지역=난지도 쪽으로는 콘크리트 제방이 설치되지 않아 많은 식물이 자란다. 꺽정이.강주걱양태 등 12종의 물고기가 새로 발견됐다. 바다가 가까워 갈매기들도 쉽게 눈에 띈다. 바다에서만 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갈매기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한강을 찾는다.

◇ 강서구 지역=행주대교 아래 수중보 밑으로 갈대와 관목숲이 우거져 많은 겨울 철새가 날아온다. 갈대밭에서 휴식을 취하는 큰기러기나 수확이 끝난 밭에서 시금치 잎과 줄기를 먹는 쇠기러기를 만날 수 있다.바다와 가까운 강 하구는 갯벌이 드러나는데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가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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