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료, 아랍선 왜 안 팔렸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지난 12일 저녁 제2차 한·아랍에미리트(UAE) 공동위원회 만찬장. “스크린을 봐주십시오. 한국 음료회사의 포스터인데, 아랍에서는 포스터가 소개된 뒤 음료가 팔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찬사 도중 슬라이드(그림)를 보여주며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사막에서 탈진한 사나이가 한국산 음료를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다는 내용인데, 아랍인들은 오른쪽부터 읽기 때문에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답을 내놓았다. 1980년 6월 수교 이래 겉만 보고 오해하는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서로 노력해 신뢰를 두텁게 쌓았다는 걸 빗댄 것이다. 만찬장에선 박수와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윤 장관은 “하룻밤 더 연장하면 우리가 비용을 다 부담하겠다”고 UAE 대표단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에 UAE대표단을 이끈 술탄 알 만수리 경제부 장관은 “여러 나라와 공동위를 해봤지만 한국만큼 즐겁고 실질적인 상대국은 없었다”고 화답했다.

윤 장관의 이색적인 만찬사는 형식보다는 인간적 신뢰를 중시하는 아랍인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조원경 통상조정과장이 짜낸 아이디어였다. “공무원이 아니면 영화감독이 됐을 것”이라는 윤 장관은 이날 사회자로부터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났다”는 말을 듣고 즐거워했다. 양국은 이번 공동위에서 원전 분야뿐 아니라 의료 등 8개 분야에서도 ‘전방위 협력틀’을 구축하기로 했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