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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함락도시들 보복·약탈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부동맹군의 카불 점령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마자르 이 샤리프 등 일부 도시에서 보복성 잔학행위와 약탈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틀째를 맞은 카불시는 늘어난 차량과 차도르를 벗어 던진 여인들로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테파니 벙커 파키스탄 주재 유엔 대변인은 14일 북부동맹군이 지난 10일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한 여학교에 숨어있던 탈레반 청년 병사 1백여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북부동맹군이 탱크로 학교건물을 포격한 뒤 몰사시켰다며 "함락 닷새째인 지금도 주변에 시체들이 널려있다"고 말했다.

북부동맹측은 "적들이 항복권유를 묵살해 불가피했다"고 시인하고 "일체의 보복행위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선 주요지역에서 북부동맹군의 폭행.즉결처형 등 잔학행위가 보고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탈레반군도 카불에서 퇴각하며 수백명의 주민을 처형하고 약탈과 잔혹행위를 일삼아 카불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외신들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북부동맹의 한 장군은 "탈레반군이 퇴각하면서 시내 가게를 닥치는 대로 약탈해갔다"고 말했다.

환전소가 밀집된 중앙시장에선 탈레반군이 가게 80여곳의 금고문을 무기로 부수고 1백50만달러와 10만 파키스탄 루피를 강탈했다고 상인들이 전했다. 탈레반군은 또 최근 재보수된 카불시 박물관에도 침입, 전시품을 약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락 이틀째를 맞은 카불 시민들은 자유로워진 분위기 속에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은 북부동맹군의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박수를 보내면서도 "1992년부터 4년간 북부동맹 지배 당시 끔찍한 종족분쟁을 경험한 만큼 이들의 재집권이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부동맹은 15일 "탈레반 정권 하에서 실직한 사람들은 17일까지 복직하게 될 것이며 탈레반 가담자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 다독이기에 나섰다.

○…시내에는 아직 대다수 여성들이 부르카를 걸치고 있는 가운데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점차 미착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탈레반에 의해 여학교 교장직에서 쫓겨났던 카리마 헤라타는 부르카를 벗어던진 뒤 "누구도 한시간만 써보면 그 갑갑함을 알 것"이라며 웃었다.

강찬호 기자, 카불=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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