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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붙은 미국 공격 다음 전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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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북부동맹군이 전략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에 이어 13일 수도 카불과 탈레반 남부 거점도시인 칸다하르도 일부 장악하는 양상이 전개됨에 따라 미국의 반(反)테러 군사작전에 탄력이 붙게 됐다.

미군은 그동안 라마단(이슬람 금식월)과 동절기를 앞두고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전선의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지상군 투입과 특수부대 작전 등 향후 군사작전이 차질을 빚을 위기를 맞을 뻔했다.

미국은 지난 4일간 반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북서부 지역에서 파죽지세로 탈레반군을 밀어붙인 덕에 탈레반 정권 축출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겉으로는 반군의 카불 입성에 반대하면서도 B-52를 동원한 융단폭격으로 지원을 불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13일 북부동맹의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에 "매우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군의 다음 단계 군사작전은 두 가지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참에 패주하고 있는 탈레반을 끝까지 밀어붙여 탈레반 정권과 오사마 빈 라덴 세력을 뿌리뽑는 것이다. 둘째, 탈레반세력이 칸다하르 등에서 밀려나 산악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 전선을 더욱 좁힌 뒤 폭격 등으로 이들을 지속적으로 무력화시킨 뒤 내년 봄 이후 본격적인 지상전을 펼쳐 완전히 이들 세력을 소탕하는 것이다.

반군이 아프가니스탄 정치일정에 커다란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미국은 내심 두번째 시나리오를 전개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군에 적대적인 파키스탄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영국.독일 등 서방 동맹국들도 탈레반 정권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정부 구성에 도덕성을 의심받는 반군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3일 북부동맹이 카불을 점령하자 성명을 내고 "카불은 비무장지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유엔은 이 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해야 한다"며 북부동맹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반군진영은 벌써 논공행상을 놓고 내부분열상을 보이고 있어 나머지 전투에서 미국의 기대만큼 싸워줄지도 미지수다. 또 본격적인 지상전에서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병력투입과 배치를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미군은 전쟁의 명분도 살릴 겸 동맹국들의 파병이 완료되고 탈레반 이후의 거국내각 구성에도 미국의 이익이 충분히 관철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지구전을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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