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기네스' DB화 꿈꾼다…김일화씨, 진기록 수집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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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나라에도 이런저런 신기록들이 많은데 기네스 등을 통해 빛을 보지 못해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것들을 잘 모아 정리하면 우리나라를 세계로 알리는 한 수단이 될 거예요."

한달 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10여평짜리 오피스텔에 '한국기록인증정보센터'를 열고 한국의 각종 기록을 수집하고 있는 김일화(37)씨. 현재 두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30여건의 기록을 챙기고 있는 김씨가 요즘 바짝 매달리고 있는 것은 백두산 천지에서 최초로 고공다이빙을 했다는 사람에 관한 검증 작업이다.

"기네스하면 사람들은 주로 별난 것만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아요. 문화예술이나 과학, 출판 관련 기록도 다 포함돼요. 이런 것은 국가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어 문화마케팅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김씨는 앞으로 국내에서 키가 가장 큰 사람 등 개인 기록부터 정치.경제.스포츠.자연 등 분야별 신기록을 수집, 확인해 신기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계획이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것은 세계 기네스에 등록을 신청할 생각이다.

김씨는 2000년 자신의 딸 김주리양의 '최연소 판소리 연창 기록'을 기네스에 신청하면서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한국기네스협회에 신청했지만 "이런 기록은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은 그는 영국 기네스협회와 접촉해 3년 동안 등록작업을 자신이 직접 했다. 그러면서 기네스에 등록된 한국의 세계신기록이 가장 높은 깃대(북한쪽 판문점.160m) 등 10개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1년 7월 한국기네스협회가 한국신기록 인증서를 무단 교부하다 영국 기네스협회에 발각돼 문을 닫자 김씨는 "이 일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김씨는 "신기록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며 "전문가의 인정과 증거 자료 등을 모으자면 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고수를 해 국악에 조예가 깊으며, 고교 졸업 후에는 한국국악협회.판소리 보존회 등에서 일했다. 지금은 전통혼례 집례자로 활동하고 있다.

원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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